조경선 (전남 고흥군 도화면 달포리)

개그맨 김미화씨가 남편의 상습적이고 무차별적인 폭력 등을 이유로 이혼소송 중이다.

“최진실, 이경실... 여자 연예인들 사생활에 문제가 많지.” “아니, 스타급 여자연예인도 남편한테 맞을 만큼 우리나라에 매맞는 여성이 많다는 거 아니겠어?” 남편이 흘리는 말에 나는 한마디 보탰다.

들판에서, 하우스에서 남편과 함께 일하는 여성농민들은 육체적 피로 이상으로 남편들의 화풀이와 폭행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바닷일을 많이 하는 우리 동네는 부부가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일이 잦다. 그러다 종종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서 일이 안되거나 서둘러야 할 때 애꿎게도 같이 일하러 나온 부인에게 상스런 욕을 하거나 다그치는 남편들이 있다.

여성부 집계에 따르면 2002년 전국 가정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상담건수가 17만7413건으로 해마다 4∼5%씩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부부 중 34.1%가 1년에 적어도 한차례 이상의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술먹고 실수로 그랬다, 뺨한대 때린거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밥상만 던졌지 실제로 때리진 않았다, 맞을 짓을 해서 때렸다…’ 이런 남편들의 변명에 그저 참고 넘어가는 여성들이 꽤나 있다.

그저 용서하고 넘어가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참지마, 참지말라니까!’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은 내 아픔 때문에 경황이 없지만 그동안 해 온 여러 뜻깊은 일들을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다. 이혼을 결심하고 애들을 내 호적에 올리려고 알아보니 입양이 아니면 올릴 수가 없었다. 호주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하고,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수많은 여성들이 이런 제도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고,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김미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호주제 폐지 등 여성문제에 대해 연예인 중 가장 열심히 활동해왔던 그에게 깊은 자매애를 느낀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 어린이날에는 아이들 손잡고 선물을 안겨준다. 어버이날에는 식사를 마련하고, 가슴에 꽃 한송이 달아드리고, 선물을 드린다.

행사 위주의 개별적인 사랑과 답례의 날을 뛰어넘어 각자가 처한 가정의 현재 조건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과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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