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센터' 문 연 최애순 씨“…농촌에서 사는 우리는 날마다 해야 할 일을 산적해 놓고 있다. 아침해보다 먼저 일어나 하루 일을 준비하는 것부터 틈틈이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 시부모님, 남편, 아이들, 농사일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모두 감당하고 있다.그 뿐인가. 마을의 대소사에 빠지는 일없이 공동의 일을 감당해야 하면서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날마다 시간 없음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용케 버티어 나간다.…”충남 서천군 마서면의 최애순(43)씨가 ‘농가주부로 살면서’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농장 홈페이지(www. ariland.net)에 남긴 글귀 중 일부다. 최씨의 글을 보면 얼핏 여성농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한탄이 섞여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녀는 그야말로 없어서는 안될 지역의 ‘일꾼’이다.7년전부터 마을의 노인학교 교사활동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어김없이 노인교육과 먹거리를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귀농자 영농상담과 도농교류사업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제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여성농업인 센터를 운영하면서 자녀교육, 여성농업인 교육 등을 계획하고 있다. 10년전 아이를 업고 일하면서 많은 여성농업인들의 한숨섞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상담센터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꿈을 꿔왔는데, 꼭 10년만에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최씨는 남편과 함께 유기농으로 2만5천평 규모의 ‘아리랑농장’을 운영하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지난 81년 서울에 유학중이던 남편 정의국씨가 ‘이 곳(농장)을 세계의 중심이 되도록’하라는 아버님의 좌우명에 매료돼 귀농하고, 그런 남편의 꿈이 아름다워 함께 나누기로 했다는 최애순씨.87년 유기농산물로 직거래를 시작한 최씨 부부는 소비자들로부터 자신들의 농산물이 외면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크게 좌절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아이 셋을 키우면서 농사일은 농사일대로 지치고, 판매까지 직접 책임지다보니 너무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최씨는 서천 삼거리 한복판에 앉아 더 이상은 농산물을 판매하러 다니지 못하겠다고 울먹거리며 남편을 붙잡고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오도록 만들자고 설득했다.이후 ‘농업은 도시민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다’는 점을 깨달은 최씨는 생산과 판매에만 머무르는 형태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찾아와 즐기는 농사를 짓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동백꽃 축제. 매년 4월에 열리는 동백꽃축제는 올해로 벌써 6회째를 맞는다.농사일에 열심이던 마음은 자연스럽게 지역봉사활동으로도 이어졌다. 도시와의 문화적 차이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지난 96년 때마침 농가주부모임이 처음 결성되면서 서천군연합회장을 맡은 최씨는 “어떻게 하면 농촌주부들의 힘을 모아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이 때부터 자연스럽게 지역봉사활동을 시작한 최씨는 현재 무엇보다도 여성농업인센터 운영에 온 힘을 쏟을 작정이다. 여성농업인센터 사업 중 먼저 고안해 낸 것이 ‘컴퓨터 1:1 교육’. 기존 컴퓨터 교육이 주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이뤄지다 보니 교통이 불편하고, 시간을 따로 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마을의 여성농업인센터를 이용하면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실질적인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컴퓨터 교사 2명도 채용했다.이렇게 많은 일을 척척 해내면서 힘들 때가 많았을텐데, 최씨는 아주 작은데서부터 보람을 찾는다. “나로 인해 도전을 받고, 희망을 갖게 됐다는 주위의 말씀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최씨는 “내가 어느 곳에 있든 뭐든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전한다.최씨는 또 주위의 은공도 잊지 않았다. 최씨는 “80%만 노력해도 이를 100%로 인정해주는 주변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윤정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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