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상차기사 ‘마릿수’ 줄여 중량 늘려… 농가 “제값 못받고 육성률 하락 손해” 분통

유통업체와 상차기사들의 닭 출하수수 속이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7월 15일 충남 아산의 한 육계농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가운데 출하시기가 된 닭들을 차량에 싣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 날 농장주인 김모씨가 첫차에 실은 닭의 숫자는 약 2800수. 하지만 계량소를 거친 뒤 상차기사로부터 연락받은 숫자는 2600수에 불과했다. 총 중량 3718kg으로 수당 평균중량은 1.43kg가 나온 것이다. 김씨가 계산한대로 출하가 됐으면 수당 평균중량은 1.32kg으로 kg당 1900원(양계협회기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상차기사가 닭의 숫자를 속이는 바람에 kg당 100원씩의 손해가 불가피하게 된 것. 이처럼 최근 닭고기 유통업체와 기사들에 의한 출하수수, 출하중량 속이기가 극성하고 있어 농가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현 시세가 대닭의 경우 kg당 1700원, 중 1800원, 소 1900원으로 체중이 덜 나갈수록 가격이 높다”면서 “기사들이 공공연하게 출하수수를 속여 보고해 농가가 받아야 할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고 김씨는 하소연한다. 김씨는 또 “기사들도 잘못을 인정하지만 회사가 시켜서 하고 있다고 해명한다”고 말했다. 기사들이 중량과 출하수수를 속이지 않으면 유통업체에서 일거리를 주지 않거나 먼 지역으로 보내는 등 기사들이 직접적 피해를 입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행하고 있다는 것. 평소 1.4kg 이하에서 출하하던 경기도 여주의 서모씨는 최근 출하수당 중량을 1.6kg을 넘겼다. 그 이유에 대해 서씨는 “농가들은 통상 출하수수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안다”면서 “하지만 관행적으로 기사들이 그동안 출하수수를 속였기 때문에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하려고 1.6kg을 넘겨서 출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충남 아산의 닭 계량소 관계자는 “기사들이 계근한 후 싸인하기 전에 실중량을 갖고 마리수를 계산한다”면서 “싸인할 때 예를 들어 3000수이면 3100수로 실었다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위탁농가들은 이같은 조작으로 출하수수가 감소하면서 육성률이 하락해 패널티를 물게 되고 개인농가들도 중소닭이 아닌 큰닭으로 출하 돼 당초 받을 금액보다 적게 받는 등 농가들의 피해가 급증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 농가들이 직접 계량소를 찾아 중량을 확인하거나 도계장에서 도계물량을 확인하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출하 때마다 확인하는 것이 농가입장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업체가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에 마땅한 현실적인 대안은 없고 업체가 양심적으로 해주길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서씨는 힘 없는 농가보다는 정부가 직접 나서 해결해주길 바란다며 말꼬리를 흐린다.
이현우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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