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돕는 일 계속”

김성훈 중앙대 교수가 정년을 마치고 3월부터 상지대학교 총장직을 맡는다. 인생은 1모작만이 아니고 2모작 3모작도 가능하다는 김 교수. 전남대와 중앙대 교수 시절 학자이자 농민·시민운동가로, 국민의 정부 시절 최장수 농림부 장관으로 국가에 봉사한 김 교수는 앞으로 상지대 총장을 맡아 교육 행정가로서 또다른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상지대 총장 맡아 ‘새로운 시작’300여 지인·제자들 뜨거운 격려“아침에 친구가 전화왔습니다. 자네가 좋아하는 매화꽃이 피었다고. 벌써 66년의 세월이 지났나요.” 16일 오후 6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김성훈 중앙대 교수의 친구, 동지, 제자 등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농훈 김성훈 교수 고별강연회’(추진위원장 윤석원 중앙대 산업과학대 학장)가 열렸다. 제자들은 이날 김 교수에게 ‘작은 거인, 행동하는 실학자’라는 제목으로 그의 삶과 발자취를 담은 책자를 봉정했고 그의 지인들이 차례로 나서 덕담을 건넸다. 미래학회 회장인 김형국 서울대 교수는 “장관까지 지냈는데도 형이 차를 사줘야 하는 사람”이라며 그의 청렴성을 비유했고,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는 “인간관계를 잘하는 다기능 농민경제학자”라는 평과 함께 “요즘도 우리는 따로 만난다”고 농을 건넸다. 전태갑 전남대 교수는 “수면시간이 짧으면서도 쉴수 있는 능력, 걱정을 떨치는 능력, 친구들과 잘 놀수 있는 능력이 그에게 있다”고 했고 깨복쟁이 친구 천승걸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그의 동력은 일에 대한 야심찬 열정과 실천력”이라고 평했다. 지인들은 그의 시련과 좌절도 다독여줬다. 불의의 사고로 타국에서 첫부인을 잃은 일, 멋모르고 도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일, 중앙대 총장 선출의 뜻하지 않은 좌초 등. 고별강연에 나선 김성훈 교수는 원래 단명할 점괘였지만, 부모님이 액막이 처방으로 당골네(무당)의 양아들로 삼아 명을 보전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그 당골네가 곧 소외 받고 천대받는 약자 계층인 농민이요, 노동자요, 중소상인 서민이었으니, 그들을 돕는 게 자신의 천명”이라며 “앞으로도 농민·노동자들, 중소기업, 노인들을 돕는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또 김 교수는 자신을 교수로 만들고, 서울로 보내준 전남대와 농민·시민운동, 농림부 장관을 허락한 중앙대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책자에서 고 성천 유달영 선생과 정장섭 전 농업기술자협회 회장, 김병태 전 건국대 교수, 황의충 동북아농축산업유통연구원 이사장 등과 함께 ‘한국농수축산유통연구원’과 ‘농축수산유통정보’(현 한국농어민신문)를 창립하는데 앞장선 일도 회고했다. 김 교수는 4년간 상지대 총장으로 교육행정가 생활에 몰입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든지 농업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만큼은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나옹선사의 선시 한 수를 소개, 좌중들에게 그의 인생철학을 요약해 보였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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