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잖은’ 복지부 행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농림부 등 농업계가 추진해 오던 ‘농어촌복지에 관한 특별법’을 반대하던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자신들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농어촌 보건의료 및 복지증진 특별법’을 들고 나와 눈총을 사고 있다. 농촌복지 문제는 단순히 의료·사회복지만이 아니라 교육·문화·정보통신·생활환경·지역개발 분야의 도·농 격차를 총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추진시 ‘보건 의료·사회 복지’ 국한교육·문화·정보통신 분야 개선 ‘찬밥’ 우려“도·농 격차 해소 본질 흐려질라” 여론 비등
▲논의 경과=농어촌복지에 관한 특별법은 원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2001년말부터 제정운동을 벌여오다가 지난해 10월31일 한농연 단독으로 여·야 국회의원 16명의 서명으로 국회에 입법청원을 제출한 사항. 지난해 11월6일 대통령 직속의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 상임위에서도 농어촌복지특별법 제정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 때 보건복지부는 기획예산처와 함께 “기존의 농업·농촌기본법에 조문규정을 보완해서 해결하자”며 특별법 제정을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는 복지분야가 아니라 농정공약중 3번째로 농어촌복지특별법 제정이 제시됐다. 또 대통령 직속으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농촌복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약속했다.
이어 대통령직인수위가 2월21일 확정한 참여정부 국정과제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에도 ‘농어촌복지증진 및 지역개발 특별법’ 및 ‘농어촌교육특별법’ 제정이 포함됐다.
▲돌변한 보건복지부=보건복지부는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형식을 빌어 ‘농촌보건의료 및 복지증진 특별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소속하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사를 맡는 농어촌복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농업·농촌기본법에 조문규정을 보완하거나 기타 개별법 보완으로 해결하자”던 기존입장과 뒤바뀐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림부가 추진할 때는 뒷짐을 지던 복지부가 관련업무를 여성부나 농림부 등에 뺏긴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해서 뒤늦게 나선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사실 보건복지부는 농특위 논의과정에서도 ‘영농에 이용하는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면제’ 등 농업계가 제기한 농어촌지역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개선사항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일이 적지 않았다.
▲의료·사회복지만이 아니다=올해 안에 ‘농어촌 복지증진 및 지역개발 특별법’을 추진해오던 농림부측은 “보건복지부에서 핸들링 가능한 것은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정도 아니냐”면서 “교육·의료·문화·정보통신·농촌형사회안전망·농어촌지역개발 등을 포괄해 범정부적인 대책을 추진하려면 농림부의 특별법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식으로 법을 제정하면 교육, 문화, 정보통신, 지역개발 모두 개별법을 만들자는 거냐”고 그는 반문했다.
▲전망=현재 보건복지부와 입장을 같이 하는 부처는 기획예산처 정도이고, 교육부·해양수산부는 농림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재정경제부도 농림부에 반대하지 않는다.
특히 교육부의 경우 지난해 범 부처적으로 ‘농어촌교육발전특별법’을 추진하다가 예산당국의 반대로 실패한 후 새정부 들어 농림부에 농어촌 교육 문제를 넘긴 상태.
농림부 관계자는 “인수위 논의과정에서 교육부측이 ‘농어촌 교육문제는 지금 다시 교육부가 하는 것보다는 농림부가 하는 것이 좋겠다’며 농림부로 넘긴 상태”라며 “특별법 문제는 향후 논의과정에서 농림부 쪽으로 넘어 오리라고 본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측은 김화중 장관이 12일 저녁 농민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이 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농민 요구는=이번 보건복지부의 행보를 보는 농민단체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당초 농어촌복지특별법 제정운동을 벌여온 한농연 관계자는 “여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던 복지부가 이제와서 또다른 법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어 그는 “특별법에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재해보험, 노인복지, 농어민기초생활보장, 영·유아보육, 여성복지, 의료기관, 농어민종합병원, 교육시설 확충 및 폐교 활용, 우수학생 및 우수교원확보, 도로·교통 및 통신망, 행정서비스, 문화공간 확충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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