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로 인한 농산물 소비감소와 살인적인 자재값, 건국이래 최대의수해, 눈덩이 처럼 불어난 농가부채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농민들… 그런데믿었던 추석대목 마저 썰렁하다. 시장분위기는 추석이 보름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유통인들은 올 추석매기가 품목에 따라 예년의 3분의1수준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오전 경동시장. 추석경기를 대비해 상가마다 물량이 풍성하게 쌓여있지만 장보는 사람은 예년 이맘때의 절반에 불과하다. 20년전부터 밤, 대추, 잣, 곶감 등 견과류를 취급하는 한 상인은 “경기위축으로 소비자들의주머니가 얇아져 제수용으로 쓰려는 물량을 반으로 줄이는 경향”이라며 “예를 들어 밤 한되를 사갈 것을 반되만 사가는 식”이라고 걱정했다. 사정은 가락시장도 비슷해서 배, 단감, 밤 등 주요품목이 대부분 지난해에비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7일 가락시장에서는 배 장십랑이 15kg 상품 평균 2만2천5백원, 신고는 3만2천5백원으로 지난해 3만2천원, 4만5천원에 비해 각각 29%, 27%가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단감의 경우 15kg상품 상자당 평균 3만8천원으로 지난해 6만6천원보다 42%, 밤은 40kg마대 상품이 6만4천원으로 지난해 10만5천원보다 39% 낮게 거래됐다. 매기가 한산한 가락시장 청과부류 매장에는 오후 늦게까지 처리하지 못한 포도, 수박, 배, 사과, 단감 잔품이 수북히 쌓여있는 실정이다. 가락시장 서울청과 삼복상회 중도매인 전용운씨는 “IMF로 소비가 절대적으로 위축된데다 대형할인점, 물류센터, 직거래 등으로 거래선이 분산된 탓인지 손님이 무척 많이 줄어 재미를 보지 못한지 오래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런 와중에 배의 경우 산지에서 흑성병, 적성병 등 병해충으로, 단감, 밤, 대추 잣 등도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량마저 줄어 농민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축산물의 경우 매기가 없어 한우고기 유통업체들이 비축만 해놓고 있는 상태다. 다음주부터 소비가 약간 활기를 띨 전망이지만 예년수준을 크게 밑돌것으로 예상된다. 축협판매장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실시되는 한우고기 할인판매 기간에 산적, 국거리 등 제수용 중심으로 소량구매 추세로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승덕 축산물등급판정소 송파출장소장은 “할인점 정육점 등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이 싼 고기를 선호하는 취향을 감안, 값싼 저급육 구매에 혈안이 돼 있어 3등급 가격이 지육 kg당 6천5백원대로 강세를보이는 반면 1,2 등품의 고급육은 오히려 소비부진으로 소폭 하락세”라고말했다.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가 등급별 가격체계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산쪽도 예외는 아니다. 노량진수산시장과 가락동 수협공판장, 강동수산등의 도매시장 법인과 중도매인들은 조기, 동태 등을 비롯한 제수용 생선을이맘때 확보해야 하는데도 판매전망이 예년보다 어둡다고 판단, 물량확보를위한 큰 경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협중앙회 잠실수산물백화점도 추석성수기에 10억원의 매출목표를 잡고 있으나 60%도 달성하기 힘들것으로 관계자는 전망하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업계는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20% 이상 매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제수용과 선물세트 등급도 지난해 10만원대는 올해 5만원대로, 5만원대는 2만~3만원대로 주력상품이 이동하고 있다. 농협하나로클럽은 가격대에맞춰 포장단위를 다양화했다. 수협백화점을 찾은 장용미 주부(서울 송파구 방이동)는 “젯상에는 가급적좋은 물건을 올려왔는데 올해는 여의치 않을 것 같다”며 “작년에 25만원수준을 올해는 10만원 미만으로 낮추려 한다”고 말했다. 농협 양재하나로클럽에서 만난 주부 조연수씨(압구정동)은 “올 차례상은 필요한 것만 최소단위로 구입할 계획”이라며 “선물도 작은 것으로 고르고 있다”고 밝혀소비자들의 달라진 구매성향을 반영했다.<유통팀 합동>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