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쓰러진 벼베기는 대강 마무리단계에 들어갔으나 젖은 벼 말리랴, 품위가 떨어진 벼 판로 걱정하랴 농업인들의 어려움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군인, 학생, 공공근로자 등가릴 것 없이 국민총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연인원 8백만이 넘는 인원이 벼베기 현장에 투입돼어느 정도 고비는 넘겼으나 태풍으로 인한 도복피해는 끈질기게 농업인들을 괴롭히고있다. 농림부 집계에 따르면 19일 현재 전체 벼베기진도는 76%로 작년 같은 기간 80%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쓰러진 벼 대상면적 16만3천ha의 98%가 수확을 마쳐 도복으로 인한 피해의 큰 고비는넘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복으로 인한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농업인들은 전하고 있다. 태풍 얘니 이후에도 비가 계속 내려 논이 마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논에 콤바인작업까지 불가능해 싹트고썩는 벼를 눈앞에 보면서도 제때 수확을 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피해율이 높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10월말경 발표할 예정인 실수확량 조사결과를 봐야 정확한 생산량과 피해정도를 가늠할 수 있지만 농림부도 9·15작황조사결과를 토대로 풍년작으로 예상했던 때와 비교해 상당한감수가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수확감소는 물론이고 농업인들은 수확한 젖은 벼를 말리고 보관하는데도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젖은 벼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니 미곡종합처리장이나 건조기가이를 다 소화해내지 못하기 때문. 농업인들은 위험한 도로에 벼를 말리고 밤이면 도둑 지키느라또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 전남 담양군 담양읍 윤중천씨의 말이다. 특히 일부 민간미곡종합처리장의 경우 경영이 부실해 산물수매를 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인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에따르면 자금부족이나 부도 등의 이유로 산물수매를 하지 못하는 미곡종합처리장이 22군데로, 작년 3군데에비해 크게 늘어났다. 농림부는 인근 처리장 등이 산물수매를 대신하는 방안 등을 동원해 농업인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곡종합처리장의 부실이 곧 농업인의 불편으로 이어지는 문제에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인들을 가장 막막하게 만드는 것은 싹트고 썩은 벼를 팔 데가 없다는 점이다. 농림부가 잠정등외규격을 정해 싼값에라도 수매해준다고 하니 약정을 체결한 농가의 경우 그나마 다행이지만 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농가에 대해서는 아직 피해곡을 수매해 준다는 방침이 결정되지않고 있다. “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농가는 생산량이 아주 적어 수매할 필요가 없거나 유기농법 등으로 고급미를 생산해 수매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농가가 대부분이고 아니면 다른 농업인을위해 약정물량을 양보한 농가다.” “약정체결이라고 하는 것이 생산조정사업에서처럼 농업인이특정한 의무를 이행한다는 식의 계약도 아니고 단순히 수매물량만 내정하는 것인데 약정체결농가와 미체결농가를 구분해 누구는 피해곡을 수매해주고 누구는 안해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경남농업경영인연합회 박종부 회장의 말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추곡수매약정을 체결한 농가는 69만4천호로 전체 쌀생산농가1백14만3천호의 60%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40%의 농가의 피해곡도 수매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권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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