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협은 비료수송에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물류비 1백80억원을절감했다. 대한통운이 독점해오던 비료수송에 세방기업이 참여하면서 수송비를 40% 가까이 내린 것이다. 독점의 비효율과 경쟁의 효율성을 한 눈에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정부양곡의 운송은 여전히 대한통운이 독점하고 있다. 농림부는대한통운과 3년 단위로 운송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운임은 매년 계약을 체결한다. 운송료는 건설교통부에 신고된 화물자동차 운임요금을 기준으로 별도의 양곡운임요율을 정하고 있다. 99년 정부양곡 조작관리비중 운송료는 82억원. 94년 1백44억, 95년 1백26억, 96년 1백38억원이던 운송료는 정부추곡수매량 등이 감소하면서 97년 83억원, 98년 98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양곡 재고량이 증가하고MMA수입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운송료 등 소요액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농림부는 내다보고 있다. 독점체제에서는 당연히 운송료의 적절성 판단이나 절감요인을 찾아내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밖에 없고, 농림부가 할 수 있는 방법도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양곡 조작관리비용의 절감을 위해서는 대한통운이 독점하고있는 양곡운송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정부양곡 운송을 대한통운이 독점해온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식량을 운송하는 것이라는 특수성 때문. 가을 수매시기에 이동물량이 일시에몰리는 데다, 비상시에 대비하여 한꺼번에 가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차량)을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양곡 운송업자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고, 이제까지는 대한통운만이 그 같은 요건을 구비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화물운송업계에서 대한통운이 여전히 독보적인 지위를 지키고 있지만, (주)한진, 세방기업(주), (주)동방 등 대한통운과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등장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운송업계 관계자들은 대한통운 외에 이들 업체들도 정부양곡을 운송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운송업체의 경쟁력이 단순히 차량보유대수등 양적인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첨단정보시스템이나 물류관리, 차량관리시스템 등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부양곡 운송의 경쟁체제 도입 주장이 구체적 설득력을 갖고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세방기업(주)의 이재암 차장은 “정부양곡을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이동하는것이 아니라면 대한통운 말고도 상위 몇 개 기업은 정부양곡 운송을 담당할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정부가 앞서서 각종 독점계약 등을없애고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대한통운이 독점하는 방식도장단점이 있겠지만 정부 보호막이 없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운송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양곡의 이동거리가 도 경계를 넘는 경우가거의 없고 대부분 해당지역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분석이다. 농림부도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올해 도입되는 MMA 쌀의 운송에 대해경쟁입찰을 통해 운송업체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달 중순경 입찰을 벌인다는 계획. 특히 현재 대한통운과의 3년 단위 도급계약 만료시점이 오는 3월 30일로 다가옴으로써 이후의 계약체결을어떻게 끌고 갈 것인 가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한편 정부양곡 수송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대한통운측은 “양곡이라는 화물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며 “자칫 운송질서나 양곡관리에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한통운 공영물류부 서서경 팀장은 “운수사업법상 정책물자를 수송하기위해서는 사무실이나 주차장 등 구비조건을 갖추어야 할뿐만 아니라, 비상시에도 안정적인 수송이 가능하려면 동원가능차량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5년 전에도 정부양곡 운송에 경쟁체제 도입해야 한다는논의가 있었으나 이러한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권사홍 기자 kwon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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