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지난해 국내 5대 종자회사 중의 하나인 서울종묘사가 스위스의 다국적기업에 매각된 것은 단적으로 우리나라 종자회사의 취약상을 그대로 나타낸대사건이었다. 매각의 직접적인 배경은 사주의 경영적인 판단이었겠지만 이미 국내 종자산업의 한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담이다.채소 위주의, 그 중에서도 고추와 수박, 그리고 십자화과 작물을 중심으로한 단순한 상품구성, 거기에 취약한 재무구조, 대리점을 중심으로 한 열악한 유통구조 등이 한국종자산업의 현주소다. 그동안 국내 종자회사끼리의경쟁에서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시장개방 앞에서는 속수무책. 등록된 종자회사수는 40여개사가 되지만 5대 종자회사가 매출규모의 95%를 차지한다고 보면 그 영세성도 알만하다.현재 종자업계의 총 매출규모는 약 1천여억원 정도. 달러로 환산하면 약 7천여만달러. 1억달러도 안되는 수준이다. 농관련 기간산업 중 가장 적다. 2조 규모의 사료, 1조 규모의 농기계, 8천억 규모의 농약 등과 비교해서 매우 적은 규모다. 그리고 개별 회사별 매출규모로 봐도 최대라고 할 수 있는회사가 4천여만달러 정도일 뿐이다.규모가 적다고 해도 세계적인 상품을 가진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달라지겠지만 우리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상품의 주류를 이루는 고추와수박은 오로지 국내용이다. 세계적으로 나갈만한 품종은 겨우 십자화과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종자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는 올해부터는 과채류와엽채류를 중심으로하여 외국상품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우리 종자회사들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 상황이다. 최근 우리 종자회사들이 외국으로 많이진출했지만 새로운 상품의 개발차원이라기 보다는 수박, 고추 등의 해외채종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또한 전근대적 유통구조도 종자회사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있다. 한때는 특정회사들이 독과점 체제의 구축을 위해 선호했던 대리점 체제가 이제는 결정적으로 종자회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외상 종자대의 자금지연과 가격혼란 조성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등 종자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우리나라의 종자회사들이 이렇게 취약하게 된데는 정부의 종자산업 육성정책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높다. 89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라 농업구조개선을 위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 벌써 50여조원이 투자됐지만 종자업계에 간 돈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은거의 개인기업만의 노력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에 겨우 종자산업법을 조성한 것외에 종자산업을 위해 정부가 한 역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지난해 서울종묘사가 외국사에 매각됐을 때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유전자원이 유출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보였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었다.이제 본격적인 유전자원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세워야 할 때다. 지적소유권이 국가의 중요한 자원으로 되는 시대에 종자산업은 새로운 국가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하겠다.또한 종자회사들도 나열식 상품개발을 지양하고, 각사가 특화된 상품으로세계 굴지의 종자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하겠다.마케팅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주산단지들과의 직접거래 등 대민판매의 비율을 증대시키면서 대고객서비스를 강화해 나가지 않으면 외국사들은 이런 틈새를 활용하여 우리 시장을 마음대로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황해룡 정보사업본부장>발행일 : 98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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