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수해피해에서도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자연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대책법, 재난관리법 등 관련 법체계 및 복구·보상기준의 비현실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피해주민들은 이번 수해가 인재라며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온전한 복구와 실질적인 재생산이 가능할 정도의 ‘당연한’ 보상 및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수해는 재난관리법 해당사항이 아니다”라며 자연재해대책법상 ‘재해극심지역’ 정도로 넘어가려 하고 있어 논란이다.

▶정부 ‘재해극심지역’ 지정 밝히자 농가 “이번 수해는 명백한 인재”
▲특별재난지역과 재해극심지역의 차이=특별재난지역과 재해극심지역의 차이는 재난관리법과 자연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대책법) 등 관련법중 무엇을 적용하느냐의 문제다.
재난관리법에 따르면 ‘재난’이란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로서 자연재해가 아닌 것을 말한다. 또 이 법 50조~52조, 시행령 43조 및 47~49조에는 △인명과 재산의 피해정도가 매우 크고 그 영향이 광범위해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대처가 필요한 재난 △당해 시·도의 행정능력이나 재정능력으로는 수습이 곤란한 재난 등을 ‘특별재난’으로 규정한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응급대책 및 재해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세제상의 특별지원을 할 수 있다.
피해주민들과 농민들은 이번 수해가 인재에 의한 피해라며 이 법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자연재해대책법은 태풍·홍수·호우·해일·폭설·가뭄 또는 지진 기타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말한다(자연재해대책법 2조 1항).
그러나 엄밀히 말해 정부가 말하는 ‘재해극심지역’이라는 용어는 이 법에 없다. 다만 법 62조 4항에 ‘국가는 재해대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해가 발생한 지역중 피해상황이 극심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대해 다른 지역에 우선해 군장비 및 병력을 지원하고 재해와 관련된 국고지원사업을 우선 지원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지난 19일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수해대책관계장관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재해극심지역으로 지정하게 되면 해당지역 피해주민에게 특별위로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며 피해시설에 대한 항구복구추진사업비가 특별 지원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내용이 모호하다. 현행 자연대해대책법상에는 재해극심지역으로 지정하면 똑같은 복구계획과 지원내용을 ‘우선’ 지원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법에 따른 ‘재해구호 및 재해복구비용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재해로 인한 이재민 구호와 관련, 사망·실종·부상자 위로 및 생계보조가 나와 있다. 그것은 사망자 발생시 세대주에게 1000만원, 세대원에게는 500만원씩 위로금을 주고, 부상자가 있는 경우 세대주에게 500만원, 세대원에게 250만원을 준다. 그러나 이 내용은 원래 있는 것이지 재해극심지역으로 지정돼서 새로 추가된 것은 아니다.
특히 자연재해대책법과 그 관련법인 농어업재해대책법상의 간접지원, 주택복구, 농경지복구 등은 보상 차원이 아니라 응급복구와 이재민 구호 차원이어서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수 있는데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시 지원사항=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사례는 지난 200년 4월7일~15일 사이 강원 고성·삼척·강릉·동해와 경북 울진 지역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 때가 있다. 당시 지원내용은 주민피해액 311억원 가운데 주택 복구 소요액 153억원중 보조 95억원 융자 50억원(3%), 가재도구 피해 특별위로금 가구당 700만원, 농수산시설 피해액 47억원(보조 55억원, 융자 8억원), 송이대체작목 개발 72억원 등이다. 이 때 고성지역은 군부대 책임 즉 국가책임이었고, 나머지는 민간에 의한 실화였지만 특별재난지역인점을 감안, 자연재해대책법 기준에 의한 지원을 실시했다. 고성군 토성리에서 발생한 군부대에 의한 산불은 국가 배상 차원에서 별도 처리했다.
▲정해진 것은 없다=행정자치부와 농림부는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지원내용을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용어가 모호한 ‘재해극심지구’ 지정도 정식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재해대책회의에서는 2개 지역이 재해극심지역으로 인정된다고 논의했지, 그것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현행 재해복구비에 대한 당사자 부담 10%가 없어지는 대신 국고보조금이 25%에서 35%로 늘어나고 이재민 융자금리도 4%에서 2%로 낮아진다”는 얘기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농림부 설명.
▲어떻게 해야 하나=피해주민들과 농민단체는 이번 피해가 명맥한 인재이므로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되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른 빈껍데기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복구와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라는 요구다. 그렇게 되려면 당장 각종 복구 및 지원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과 규정을 고쳐야 한다. 나아가 농업재해보상법을 조속히 제정, 근본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길 기자 leesg@agrinet.co.kr

이상길leesg@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