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간 구제역 파동으로 농촌경제가 커다란 타격을 입은 가운데 농산물가격 폭락까지 겹쳐 시골에 돈이 마르고 있다. 또 축산, 시설원예는 물론 보리 등 기타 작물들도 가뭄과 병해충으로 생육이 부진, 농촌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에서는 농민은 물론 농자재업자까지 경영난에 빠지는등 연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지역에 따라서는 자살하는 농민도 발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경북도의 경우 일선 농협의 대출연체율이 지난해 연말 5%대에서 6월현재 12%에 육박, 농촌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출하시기를 맞은 성주, 영천 등 과채류재배 농민들은 가격하락 폭이 커지면서 수입이 줄어들어 빚 독촉에 시달리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와 함께 대다수 농민들은 외상으로 구입한 농약, 종자, 비닐 대금조차 갚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으며 자금 회수를 제대로 못한 농자재대리점들도 연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영천시 농약 ㄷ대리점 관계자는 “대부분 농민들이 농산물을 판매해외상으로 구입한 농자재 값을 갚아야 하는데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입이 없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농약, 농자재 대리점도 함께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농자재가 대량으로 소비되는참외 주생산지인 성주지역과 고령 달성 등지의 수박 시설재배 농민들도 유가인상 등으로 영농비는 크게 올랐으나 가격이 폭락, 그 여파가종자와 농자재 공급 업체에까지 미치고 있다. 경남 진주의 경우 보리농사를 망친 이반성면 농민들은 농번기 영농자금 마련을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리수매대금이 전년에 비해2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농민들은 6월말 돌아오는 농협대출금 상환때문에 막막하다고 말한다.본격적인 영농철로 접어들어 솟구친 노임도 걱정이다. 손쉬운 공공근로로 인력이 빠져나가 힘든 농사일을 기피함으로써 경남도내 하루남자 품삯은 5만원, 여자는 3만5천원으로 작년에 비해 15% 정도 올랐다. 2백평 이앙하는데 작년에는 1만5천원 가량이었지만 올해는 2천∼3천원이 오른 1만8천원 정도로 농가부담이 10∼20% 정도 늘었다. 의령에서 수박을 재배하고 있는 신모씨는 “5월초 수박값이 오를 때수집상들이 몰려와 밭떼기 계약을 하자고 했지만, 5월 중순부터 수박값이 하락하자 수집상들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며 “의령지역에 수박공판장이 없다보니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대전광역시 서구 흑석동 노루벌에서 과채류 시설재배(12동)를 해 온이규열씨(66)는 지난달 25일 생계 터전인 딸기하우스에서 1억여원의빚을 남긴 채 농약을 마시고 세상을 등졌다. 40년전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서 첫농사를 시작, 대전광역시로 이주한 이래 지금껏 농사일에만매달려 왔던 이씨는 30대 중반 노총각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지어온 성실한 농사꾼이었다.그러나 오랫동안 경작한 배추, 무 농사가 한 해 한 해 빚을 키워갔고, 지난해에는 포도농사로 방향을 바꿨지만 6천만원이란 손해를 입은데다, 올 봄 다시 한번 의욕을 살려 시설딸기와 토마토에 승부를 걸었으나 5백만원의 빚만 떠안은 채 수확을 중도에 포기하고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부인과 노총각 아들을 남겨둔 채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경남 함안군 대산면 함 모씨도 축산파동과 수박값 폭락을 견디지 못하고 1억2천만원의 부채만 남긴 채 지난달 초 자살했다. 농민후계자와원예전업농으로 뽑혀 선진영농을 실현코자 했던 함 모씨는 연체를 피하기 위해 농축협에 마이너스통장으로 상환해오다가 수박값 폭락으로마이너스통장마저 연체되면서 죽음을 택하게 된 것이다. 식량을 지켜야할 농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지금의 농촌.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묘연한 것인지 농민들은 답답한 가슴만 쓸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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