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에게 있어 문제의 핵심은 농산물 가격보장 내지 안정이다. 예측가능한 농업생산을 하고, 그에 따라 고품질 전문화하는 것이 농민들의 희망이지만, 어느 작목이든 가격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농사 짓는 족족 부채가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돼야 할 정책이 바로 수급안정 정책이다. 현재의 수매정책은 생산비를 보장하지 못하고, 비축정책은 농산물 가격을 내리는데 주로 쓰인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정부 지원을 통한 식부면적 할당, 생산량 내지 판매량의 할당, 종자공급 통제 등 직접적인 생산조정과 함께 예시가격제, 유통예고제, 재배면적 신고제 등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 나라도 김성훈 농림부 장관의 주도로 지난해말 개정 농안법을 통해 미국·영국과 흡사한 유통협약과 유통명령이 도입됐으나 효과는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영세소농구조와 복합경영체제가 지배적이고 농가의 품목전환이 빈번한 우리나라에서 기업농 체제의 미국제도가 맞느냐는 의문도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와 농업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사례는 큰 시사점이 있다.일본의 경우 채소공급 안정을 위해 76년 '채소공급안정기금'을 도입, 국가와지방정부의 보조금, 농협의 부담금을 재원으로 가격차보전 및 수급조절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정채소가격안정사업'의 경우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실 판매가가 이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의 90%를 참여농가에게 지급하는 것이다.이는 출하단체가 20%를, 중앙정부가 직접보조 30%·간접보조 30%, 지방정부가 20%를 부담한다. 농협이 주도하는 '중요채소긴급수급조정사업'은 무, 배추, 양파, 양배추 등4개 품목에 대해 출하예정지의 시장가격이 평균시징가격의 70%에 밑돌 경우 출하처를 변경하거나 저장·가공용으로 판매하고, 산지폐기도 실시하는 내용이다. 지방단위에서 주관하는 '특정채소공급산지육성 가격차보급사업'은 시금치,양배추, 순무, 칼리플라워, 브로코리, 추동무, 당근(동경도의 경우) 등 27개품목을 대상으로 평균시장가격의 80%를 기준으로, 실제 판매가가 이를 밑돌 경우 차액의 80%를 보급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일본의 가격차 보전제도는 농업여건이 비슷한 반면 농가소득이 불안한 우리나라에 도입을 검토할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이 기본적인 가격안정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검토돼야 할 것이재해대책이다. 농민들은 농가부채와 농산물 가격폭락에 신음하는 상태에서재해가 일상화돼 큰 타격을 주는 만큼 농업재해에 대응한 소득안정대책을요구하고 있다. 소득안정대책에는 농업재해보험 도입과 농업재해보상법을제정, 소득안정 직접지불제 실시 등이 들어 있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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