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개방화.지방화 시대를 맞는 농지개량조합이 최근 본질적인 측면에서 일부 신뢰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여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농지개량조합이 중심을 못잡는다는 지적은 1백6개 농조조합장이 모인 그조직의 총회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농지개량조합연합회는 지난달말 임시총회를 치렀는데, 총회에서 개진된 의견을 보면 이 조직의 문제, 나아가 관리기관인 농림부의 문제가 한꺼번에 표출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총회에서는 당초 부의안건이었던 올해 사업계획 및 일반회계 예산 인가, 올해 농조운영금고 자금운용계획 승인외에 조합장들의 긴급동의로 △농조통폐합 문제 △농조자립육성금고 △농조직제규정 등 예민한 사안들이 도마위에 올랐다.
조합장들은 이들 안건을 농지개량조합의 공식 동의 내지는 공식 건의로 반대 또는 수정하는 입장을 채택하고자 했다. 조합장들은 농지개량조합의 통폐합은 인위적으로 시군에 부속시키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되며, 자립육성금고의 경우 정부 출연 없이 공법인인 농조가 전액의 출자로 부담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개진해왔다. 특히 조합장들은 최근 거부사태를 빚은 농조 직원축소문제와 관련, 관리영역(수혜면적)이 큰 조합이나 작은 조합이나 동일한부담을 지을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쌀산업을 책임져야 하는 농조직원을10% 줄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신 조합장들은 전체적인 실정이 농관련 조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5% 이내의 감원정도는 자체적으로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같은조합장들의 의사는 매우 강경해서 자칫 총회가 유산되는 사태로까지 번질것이 우려됐다.
그러나 이런 의사표명은 옳고 그름을 떠나 용두사미로 끝나 일관성면에서문제가 제기됐다.
농조통폐합의 경우 당초 5천ha안이 농조의 반대로 3천ha로 줄었고 농조자립육성금고 역시 정부 출연이라는 중요한 조건이 있지만 이미 조합장들이공청회나 다른 의견개진을 통해 찬성했던 의견이었다. 또한 축소지향성인농조직제규정 개정도 1백6개농조 가운데 56개 조합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에서 나온 임석관은 이를 직접적으로 질타하지는 못했다. 농림부의안도 여러 면에서 문제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다만 농림부측은 농조법 개정시 이미 의견이 모아진 부분이고, 농조도 자립하는 길을 찾지 않으면 어려운 입장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합장들은 당초 기세와는 달리 농림부의 설명을 듣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장을 선회했다. 이번 총회에서 결정하지 말고 다음으로 이 안건을 넘기자는 거였다. 물론 의사진행이 서둘러 이뤄진 면도 있었지만 당초조합장들의 기세를 봤을 때 이렇게 끝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연합회의 입장도 나은 것은 없었지만 조합장들은 소신을 끝까지 이어가지않았다. 전문성을 얘기하지만 법 개정으로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 예측도못한 조합장들이 이제와서 찬성을 반대로 돌린다는 것은 신뢰성의 문제를안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농조에 대한 이런 논의는 농민조합원들의 참여를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변죽만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지개량조합연합회라는 공법인의 총회에서 빚어진 이런 현상은 오늘 농조가 왜 주체 없이 표류하는지 웅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행일 : 97년 3월 6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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