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어려운 형편때문에 당장 한푼이 아쉬워 약정을 맺지만 선도금액이 너무 적어 실질적인 도움은 안되고 결국 수확기때 농민들을 수매에 응하도록해 쌀값 잡는 역할만 할뿐입니다”경기 여주군 홍천면에서 9천평의 쌀농사를 짓는 백규현(51세)씨는 올부터 실시되는 약정수매제에 대해 이같이 딱잘라 말했다.분명 조금이라도 농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고심 끝에 바꾼 수매제도건만 이를 대하는 농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백 씨는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쌀농가들은 40kg 1가마당 2만원밖에 쳐주지 않는 선도금이지만 이를 받기 위해 정부와 약정을 체결할 수 밖에 없고또 약정을 체결하면 선도금과 이자를 갚을 길이 없어 결국 수매에 응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약정을 맺으면 수매종료일까지 수매에 응하든지 선금과 연7%의 이자를 합한 금액을 반납해야 하는데 수매종료일인 12월말까지 쌀값이 오르지 않으면쌀가격에 대한 불안감과 선도금과 이자를 갚을 길이 없어 수매를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정부가 약정수매제를 시범삼아 연습한 경기 여주군 북내면 신남리의 농민들도 약정수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막연한 불만심리가깔려 있었다.약정을 체결하면 40kg가마당 2만원의 선도금을 준다는 설명을 듣고는 ‘그돈 받아서 어디 쓰나. 가을에 가서 한 번에 받을 돈을 조금씩 나눠서 받아돈만 낭비될 뿐이다’라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이 때문인지 평소 농협수매분까지 포함해 4천가마정도까지 수매실적을 올렸던 마을이지만 연습때 농민들의 신청분은 2천9백5가마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이와관련 농민들은 선도금이 정부 의도대로 영농자금으로 활용되기 보다는소비성자금으로 소진돼 농가의 부채만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여주군 북내면 신남리 손성환 이장은 “예년에는 3월경에 지원되던 영농자금이 올해는 2월에 지급되어 영농자금이 모자라지 않는데도 농가들이 영농자금 등으로 사용하기에는 과다하게 약정체결물량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북내면사무소 산업계장 최양희씨는 “신남리의 약정체결신청물량이 연습때보다 훨씬 많은 3천7백80가마에 달한다”고 밝혔다.실제 신남리의 한 농민은 “경작규모는 4천평정도밖에 안되지만 8백만원이필요해 4백가마를 신청했다”고 말했다.이에따라 자신의 경작규모보다 과다하게 약정수매를 신청한 경우 수확기에신청물량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물량만 수매에 응하고 나머지를 갚지 않아 악성부채의 발생을 우려한 북내면 농협은 약정체결단계부터 대책마련에부심한 실정이다.한 농민은 “농협사람들이 ‘약정이행시기가 지나서 쌀값이 오르면 손해볼수도 있다’고 말하고 다니며 농민들이 약정을 맺는 것을 말리고 다녔다”고 전했다.정부시행방안에 따르면 선금지급액이 1천만원 이하인 경우는 담보와 보증이 필요없고 1천만원을 초과하고 2천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담보는 필요없이 한사람을 연대보증 세우면 되는 것으로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한편 지난 18일 처음으로 27농가가 참여한 가운데 40kg 기준 6천2백80가마를 약정체결한 경기 화성군 태안읍 반정 2리 김익진 이장은 “약정수매가농가에 실익을 주려면 선도금을 60%로 올리고 해지시 반납이자를 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창진 기자>발행일 : 97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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