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지난달 발표된 농림부의 96 농가경제조사결과. 농림부는 “농가의 영농형태가 다양화되고 농업생산성이 향상돼 농가소득이 꾸준히 증가되고 있다”, “소득규모가 큰 농가일수록 자산과 부채의 규모도 크고 투자의 효율도높다”, “소득증대 및 생활수준 향상으로 가계비 지출이 늘어나고 생활편의용품 보유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농림부는 표본농가 3천1백40호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96년 호당평균농가소득은 2천3백29만8천원으로 전년대비 6.9%, 90년대비 6년만에 2.1배나증가했다고 내세웠다. 농가살림이 전반적으로 호전됐다는 설명이다.농림부는 애써 소득증가를 부각시켰지만, 그러나 발표의 뒷부분, 곧 농가부채 항목을 보면 이런 설명이 무색해진다.농가부채는 1천만원을 훌쩍 넘어 1천1백73만4천원으로 나타났다. 90년 4백73만4천원에 불과하던 부채는 95년 9백16만3천원으로, 96년 1천1백73만4천원으로 증가, 6년만에 2.5배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생산성부채는 96년 9백13만6천원으로 90년 3백14만7천원보다 무려 2.9배 증가했다. 농가소득 증가율보다 농가부채 증가율이 월등 높다. 농가 부채가 농가소득의 절반을 넘고있다. ‘빚더미’라고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정부는 농가부채를 표피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저 “소득이 높은 농가일수록 부채가 많고 소득이 낮은 농가일수록 부채가 적다”, “고소득 농가일수록 생산성 부채의 비중이 높다”는 식이다. 또한 “자금 차입처도 금융기관 차입비중이 높다”, “유통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니까 부채 상환능력에는문제가 없다”며 “부채구조가 건전하다”고 설명한다.그러나 본보 조사결과는 부채문제가 그처럼 쉽게 얘기될 성질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쌀농가, 축산농가, 시설원예농가, 과수농가 할 것 없이현장에서는 부채의 심각성을 호소하고 있다. 매번 동결되는 쌀수매가, 주기도 없이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불안정,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생활환경 때문에 농가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생산성부채’의 비중이 높다지만 결국 그것도 빚이다. 생산성 부채는 작목전환이나 규모확대를 위한 고정투자의 성격이 강한데, 투자에 비례한 소득보장이 되는가라는 의문에 이르면 농가로서는 답답하기 그지 없는 노릇이다.특히 정부가 ‘고소득 작목이라 생산성 부채가 많은’ 축산농가들의 경우우유파동, 소값파동으로 지금 파산선고에 직면해 있다. 소값 폭락으로 축산농가들이 생계를 보장하라며 거리로 나서는 상황에서 ‘생산성부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상식적으로 가격안정을 통한 소득보장이 안되는 마당에상환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소득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도 액면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농가소득을 발표하면서 가장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도시근로자와의 비교를 하지 않았다. 96년 도시근로자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천5백82만4천원. 농가소득 2천3백29만8천원보다 10% 높다.소득의 내용면에서도 농가 소득은 전년대비 6.9% 증가했지만 94~95년 증가율 7.3%보다 증가율이 1.6% 포인트 낮아졌다.농가소득 가운데 농업의 수지를 나타내는 농업소득은 1천83만7천원으로 농가소득의 절반도 안된다. 나머지 절반 이상이 농외소득(7백48만7천원)과 이전수입(4백97만4천원)으로 채워진 것이다.농가경제 동향 전체를 보면 농가소득에서 가처분소득과 가계비를 뺀 농가경제 잉여는 94년 6백41만4천원, 95년 6백29만9천원, 96년 5백14만2천원으로줄어들고 있다. 농가경제잉여는 94~95년 사이는 1.8% 정도 줄었고 특히95~96년 사이에 무려 18.4%가 감소했다. 갈수록 농가살림이 악화되고 있는것이다.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농가부채는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 농업소득저하-부채 증가의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부채문제를 뒤로돌리려고만 할것이 아니라 보다 면밀히 실태를 조사한 후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표본농가 3천1백40호를 가지고 농가경제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농협중앙회 조사부 전찬익 박사는 “3천1백40호의 표본도 엄청난 수이지만 이제는 보다 대대적인 실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부채의내용도 금리별, 상환기간별로 구분해서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발행일 : 97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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