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농안법은 개정시마다 유통주체들의 첨예한 이해가 엇갈려 많은 진통을 겪었다. 이번 농안법 개정에서도 이전보다는 많은 대책회의를 거쳤음에도 불구,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유통주체들의 농안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코자 지난 18일 양평에서 1차적으로 ㈔전국과실중도매인조합연합회(전과연) 소속 지역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를 가졌다. 주요 좌담회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공영도매시장 중도매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통환경변화에 대응한 현실성있는 제도개선과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참석자 : 유삼재 전국과실부중도매인연합회 회장, 정희도 인천 대인농산 과실조합장, 이명수 대구중앙청과 과실중도매인조합장, 목정수 전과연 포항지회장, 이종수 전과연 경기·강원지회장), 이학규 강서도매시장 서부청과 과실부조합장, 변준섭 서울청과 과실부조합장, 김재봉 광주청과 과실부조합장 농산물 덤핑·물류비 전가 등 대형할인점 횡포 규제정부, 시장내 재포장·저장시설 확충 지원 서두르길 ■농안법 개정방향 ▲유삼재=현재 진행중인 농안법 개정은 그 추진과정에 있어 중도매인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중도매인의 요구사항인 중도매인간 거래문제, 청과부류에 대한 과실과 채소 분리, 다양한 거래제도 도입, 중도매업의 양도양수 허용 등이 제대로 심층 있게 논의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이는 농안법 개정취지인 거래제도의 탄력적 운용과 도매시장 거래효율을 제고시킨다는 것과는 배치된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농안법 개정 방향은 현행 상장경매를 근간으로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중도매인의 경쟁력 제고와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의 시장유통을 통한 고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대형유통업체들의 연중 세일판매와 물류비 징수 등에 대한 편법거래를 견제하고 도매시장의 유통활성화를 위한 제반 대책이 농안법에 명시돼야 할 것이다. ▲정희도=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도매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도매업에 대한 활성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도매시장은 정부가 투자하고 전체 농산물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를 위해 세운 만큼 시장내 중도매인들의 발전은 전체 도매시장의 발전과 직결된다. 이번 농안법 개정에 있어 중도매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시설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반 지원이 요구된다. ■중도매인간 거래 ▲이명수=현행 농안법상에 중도매인간 거래를 할 경우 법적 제재를 받고 있다. 도매시장에서는 구매물량의 구색상품 확보와 원활한 납품을 위해 중도매인간 거래가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의 잣대로 중도매인간 거래를 규제할 경우 거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선의의 범법자만을 양산하는 꼴이 될 것이다. 실제로 도매시장에서 구색상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동일시장내 중도매인을 통해 물량을 확보해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것은 원활한 납품뿐만 아니라 안정된 영업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다. ▲목정수=중도매인간 거래를 허용하면 소수 중도매인이 물량을 독점하여 중도매인에게 공급할 경우 출하자의 수취 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도매시장내 경매과정에서 특정 중도매인이 물량을 독점할 수 없고 필요한 중도매인의 경우 일부 수수료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도매인에게 물량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 영업실적을 위해서라도 주 거래법인을 통해 물량을 받는 것이 일반적 관례다. 따라서 농가 수취 값이 떨어진다는 우려는 현실과 다르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도매법인이 필요 물량을 제대로 수집해 공급하지 못할 경우 다른 법인에서 납품을 위해 중도매인간 물량유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청과부류의 과실, 채소 분리 ▲이종수=농산물 유통의 소비와 수요, 생산과 공급, 유통에 있어 저장기술, 교통통신의 발달과 정책 등 복합적 요인이 연결돼 있다. 지금까지 과실과 채소류는 농산물유통에 있어 상호 작용되는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과부류로 단일화해 모든 유통정책이 수립돼 시행되고 있다. 과실과 채소류는 기호식품과 부식으로 식품분류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일부 과채류를 제외하곤 저장성이나 신선도에서도 과일과 채소는 차이가 있다. 취급 중도매인도 과실, 채소는 구분되어 있다. 따라서 과실과 채소는 청과부류로 묶어 정책을 수립하는 것 보다는 각자의 유통특성에 맞게 상호 발전하기 위한 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도매업 양도·양수 ▲이학규=중도매인 허가는 개설자의 허가사항인 대인허가로 규정하고 있어 지금까지 양도·양수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중도매업은 가족단위로 이뤄지는 영업행위로 대물허가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양도·양수가 안돼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능력 있는 중도매인의 시장 진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장내 중도매업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고 주변 유통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한 최근과 같이 중도매업이 규모화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양도·양수가 이뤄지지 않아 공영도매시장 영업침체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중도매인 양도·양수 허용을 통한 중도매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형할인점의 확산 대응 ▲변준섭=지난 96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영세 소매상은 70만개에서 62만개로 8만개 가량이 감소한 반면 대형할인점은 28개에서 275개로 247개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영세 소매상은 영업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 도산되는가 하면 대형할인점은 나날이 확산돼 경쟁력을 갖고 기존의 도매시장 거래보다는 산지직거래를 통해 물량을 구매하고 있다. 이는 공영도매시장의 많은 중도매인들의 영업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소매상들의 몰락은 중도매인들의 판매기반을 뒤 흔들고 있다. ▲유삼재=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대형유통점에 대해 자연녹지지역에 3만㎡까지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운동장 여객터미널 부대사업으로 할인점을 명시하는 등 입지규제를 완화하고 지역단위 교통심의를 거친 경우 개별입지는 약식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구비서류 간소화 및 일괄 의제처리범위 확대 등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비자 경품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등 영업규제 활동규제를 완화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코자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대형할인점도 도매시장의 유통활성화를 위해 농안법상에 일정부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대형할인점들이 연중 세일판매를 통해 농산물을 끼워 팔기하거나 납품중도매인에게 물류비를 전가하는 등의 행위를 규제해야 중도매인뿐 아니라 농가 수취 값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실유통의 물류체계 개선 ▲정희도=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실유통의 물류체계 개선이 시급하다. 최근 소비지 유통업체에서는 고품질 농산물의 소포장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의 중도매인들이 이들 유통업체들이 원하는 구색상품을 원활히 공급해야 하는데 시장내 재포장이나 저장 등의 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유통업체들이 산지직거래를 통해 물량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도매시장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다. ▲이명수=농산물 소매유통 지원부분에 있어 농안법에는 농산물의 중도매인업, 소매업,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사업 등에 있어 지원 육성토록하고 있으나 시행규칙에 중도매업의 시설개선 및 운영에 대한 지원부분이 제외돼 있어 모법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당초 모법에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제시한 것은 소매유통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제반 지원 여건을 마련코자 하는 취지가 분명한 만큼 도매시장내 포장과 저장 등 제반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지원에 포함돼야만 중도매업이 활성화되고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다. ■중도매업 가산세 ▲김재봉=소득세법상 계산서교부율이 40%를 넘지 않을 경우 미교부분의 1%를 가산세로 지급토록 하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 시행이 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도매시장의 거래에 있어 영수증을 제대로 주고받는 경우가 적어 중도매인의 가산세 부담이 더 할 수밖에 없다. 중도매인들이 영수증을 발급하고 싶어도 영세 거래자들이 계산서 수수를 기피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영수증 주고받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법상으로는 40%의 계산서 교부율을 명시했지만 실제 거래상에는 이 보다 훨씬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목정수=가산세 부과에 대해 많은 중도매인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는 중도매인들의 납품처가 지방보다 비교적 많아 계산서 교부율이 높을 수 있으나 지방도매시장은 계산서를 발급할 만한 거래처가 없는 게 문제다. 현행 40% 가량의 계산서 교부율이 적용될 경우 지방 중도매인은 거래규모가 적은 상황에서 가산세 부담만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영업이 부진한 가운데 가산세가 원칙적으로 적용된다면 계산서교부가 편법으로 이뤄지거나 중도매인들의 영업부진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유삼재=중도매인은 도매시장 거래에 있어 매입 자료가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계산서교부를 하는 것이 영업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계산서 교부에 대한 인식부족과 실제 판매과정에서의 계산서 수수를 위한 정부차원의 여건조성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독 중도매인에게만 계산서교부를 의무적으로 적용해 가산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중도매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정부는 현금 영수증제도가 시행될 경우 계산서 교부율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실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산세 문제는 정부가 먼저 계산서 수수를 위한 충분한 홍보 등 여건조성을 한 후 확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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