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철 소설가 <> 97년의 가을과 98년의 가을을 어떻게 비교할까? 어김없이 하늘은 푸르고낙엽은 뒹구는데, 과연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변함없이 맑고 밝게 살아가고있을까?그러나 -더 이상 힘들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최소한 이 자리에서만은 희망을말하고 싶고, 사랑을 떠올리고 싶다. 그건 이번 도시·농촌 어린이·여성한마음 백일장을 치르며 내가 느낀, 그리하여 마음 한구석에 드리워져있던어둠의 그림자를 잠시나마 떨쳐버릴 수 있었던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는 심사위원을 수락하면서도 과연 이 시절에 야외에 나와 한가로이 글짓기나 하고 있을 여유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걱정스런 마음이 앞섰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서해 바닷가에서, 충청도에서, 멀리 경남에서, 가까이 경기도에서 먼길을 물어물어 찾아온 이들이 무려 1백여명. 어찌 그들에게만 경제난과 사회의 혼탁함이 비껴 지나가겠는가. 그러나 전국의 각양각지에서 몰려온 참가자들은 농촌의 현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얘기했고, 그래서 인생은 살만하다는 뜻깊은 철학을 쏟아놓고 돌아갔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참가자들이야말로 이 어려운 난국을 가장 잘 버텨나가는역군들이 아닌가 싶다. 여성부문의 대상을 차지한 김해남의 ‘긴 여름을 건너온 가을’은 무엇보다도 소박한 진술과 간결한 문체가 보기 좋았다. 정경희의 ‘수해, 그리고 뜨거운 가슴’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본성이잘 나타났으며, 김경미의 ‘도시와 농촌은 하나’는 소재를 포괄적으로 잘조화시켜나가 새로웠다.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두 진솔하고 좋은 글들이다. 어린이부문은 결코 성인에 비해 뒤지지 않는 작품들이었다. 학교를다니고, 그래도 자주 글을 써서 그런지 시선이 날카로웠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성이 거침없이 그대로 풀어헤쳐지고 있었다. 박선규의 ‘내 친구가 있는 소중한 농촌’은 동심에 비친 농촌의 모습이 사실 그대로 그려져있고, 문나현의 ‘시금치의 추억’은 독창적 소재가 큰 점수를 얻었다. 또권다슬의 ‘고구마와 소중한 농촌’ 역시 개인의 경험을 잘 소화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욕심없이 진실된 마음으로 책과 글을 대하는자세가 중요하며, 그것이야말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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