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도매시장이 개장 15주년을 맞았다. 국내 공영도매시장 1호인 가락시장은 그동안 농안법 파동 등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농축수산물 유통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농축수산물의 연간 취급 규모가 2백37만톤으로 단일 시장으로서 세계 제일이며, 서울시 전체 농수산물 공급량의 절반을 유통시킬 만큼 양적인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또 경매제도 정착으로 대량 거래가 가능해 짐에 따라 지역별 농산물의 상표화를 촉진하고 이를 위한 출하조직의 형성, 생산의 집단화를 촉진시켰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면적으로 인해 경매장, 주차장 등 각종 필수 시설이 부족, 심각한 몸살을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개장 15주년을 즈음하여 지금까지 발전과정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가락시장 발전 현황> 연면적 16만4천평으로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가락시장이 지난 85년개장된 이후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역시 유통물량의 증가다. 86년 1일 평균3천5백85톤이었던 농축수산물 유통량이 99년에는 7천7백2톤으로 2배 이상늘었다. 이것을 거래금액으로 환산하면 86년의 4천6백96억원에서 지난해 2조6천4백32억원으로 약 6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또 농축수산물의 경매율이 27%에 불과했던 것을 90대 초부터 꾸준하게늘려 지금은 반입물량의 91%가 경매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경매품목의 증가로 인해 위탁판매에서 자행됐던 칼질을 완전히 근절시켰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정착과 농가소득 증대, 유통정보 보급 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적인 증가만 있은 것은 아니다. 경매제도가 정착되면서 우수하고 안전한 농수산물의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는 인식확대로 포장화 및 규격화의 바람을 산지에 각인 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 외 전자식 경매, 유통정보 전파,농산물 안정성 및 등급표준화 검사 등으로 신용거래 조성에 기여했다. 이로써 소비자는 보다 싼 가격에 안심하고 농수산물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현재 가락시장 상인수는 4천2백80명으로 개장당시 6천2백94명에 비해 약2천명 정도 감소했다. 그만큼 유통의 효율성은 높아진 셈이다. 하루 평균 출입인원은 14만5백90명으로 단일 지역으로서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한편 농산물 유통개혁의 일조를 담당했던 가락도매시장의 농수산물 물류기지 역할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유통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종합유통센터나 대형소매업체와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가락시장 발전 방향>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2000년 중점추진 과제로 △농수산물 수급 원활화△도매시장 경쟁력 제고 △생산자·소비자 보호 △쾌적한 시장환경 조성 등에 두고 있다. 먼저 대형 유통업체의 확산 등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위해 불합리한 유통관행 재정립을 위한 농수산물 유통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알타리무, 산물쪽파, 고구마, 풋마늘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됐으며, 앞으로 품목별 특성을 고려해 실태조사 및 유통인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농수산물 거래방법을 조정할 계획이다. 그리고 시장활성화를 위해 고령화된 상인에 대한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영세상인을 통폐합해 중도매인의 법인화를 유도하고 있다. 하역업무의 개선차원에서 품목별 표준 하역비를 산정, 2002년부터 도매시장법인이 하역비를부담하도록 의무화했다. 수도권에 먹거리를 차질 없이 공급함으로써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생산자에게 안정적인 출하처를 제공한다는 것. 특히 도매시장법인의 경영합리화 추진, 중도매인 신용평가 및 결과 공표등 유통인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개선과제>▶하역기계화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하역비를 줄일 수 있는 기계화가 필수적이다.가락시장에서는 기계화 도입에 대한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하역노조문제를원활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우선 강구돼야 한다.▶쓰레기 처리 가락시장 견학자의 99%가 지저분한 시장 환경이 신속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5백여톤. 채소쓰레기 건조기, 부산물 처리기등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실정. 따라서 농수산물 전 품목 포장화, 재포장 억제 등 쓰레기 발생 기회를 줄여야 한다.▶유통주체 대립 해소 공사, 법인 및 중도매인의 상호 적대관계의 틀을 벗어야 한다. 시장은 어느 한 주체의 기능확대만으로 농수산물 공급기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산지 및 소비지 유통을 견인하는 역할 수행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존할 수 있는 모습으로 전환해야 한다.▶공사 관리능력 제고 최근 판매장려금 인상과 관련, 파생된 문제에 대한 유통주체간 의견조율에 실패하면서 위급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문 제기. 중간자 적인입장에서 과감히 탈피, 여론에 이끌리기보다는 소신 있는 행정추진으로 관리기능 강화 필요.▶시장 이전 추진 하루 적정처리 능력인 4천6백여톤의 두배에 가까운 물량반입으로 경매장및 주차장의 태부족, 교통혼잡, 소음 및 분진 등으로 지난 96년부터 이전제기. 청과동·수산동 정밀안전진단에서 D판정을 받는 등 시설이 노후돼 개축비용으로 이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전문가진단>김완배 서울대교수 가락시장은 개장 후 15년 동안 농수산물 유통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가 없으면 구조적인 문제로 오히려 거래물량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락시장은 유통비용이 너무 많이들어 영등포나 유사시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경매제도는 가격의 투명성에는 기여했지만 단위비용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품목에 따라적합한 거래제도 개선에 대한 냉정하고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과일·채소의 포장화가 정착되고 있음에도 하역기계화가 안돼는 것은 농산물 표준화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내부의 문제다. 하역기계화의 걸림돌로작용하고 있는 하역노조를 용역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용역회사 전환에 따른 비용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해야 할 것이다. 또 저온저장시설 확충으로 농산물 출하조절기능을 갖추고, 각 법인의 경영비용을 증가시키는 개별 대금정산 방식도 바꿔야 한다. 특히 공사는 시장관리능력을 재정비하고, 법인·중도매인 등 유통주체들도 공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가락시장의 발전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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