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거대 유통자본 ‘도매법인’ 매입 가능성, 국내 도매시장 수입농산물 전초기지 전락 우려

한·미 FTA 체결로 대규모 미국계 농업관련 자본이 국내 유통시장을 잠식할 경우 국내 농산물이 우리 유통시장에서 배제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영화계는 한·미 FTA 협상의 물밑작업으로 진행된 스크린쿼터 축소 방안에 대해 크게 반박하고 있다. 상당수 국민들은 최근 '왕의 남자'와 '태극기 휘날리며' 등 1000만 이상의 관객을 극장에 끌어낸 굴지의 한국영화들을 떠올리며 수입영화와의 경쟁에서 우리영화가 그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대해 한 발 양보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화계와 영화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의 주장은 스크린쿼터 축소문제는 우리영화의 제작 경쟁력과 무관한 배포와 유통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거대 미국 영화 흥행사들이 자본력과 굴직한 블럭버스터 영화를 앞세워 국내 상영관들을 압박, 미국산 영화만 내 걸 경우 우리영화는 작품성에 관계없이 상영 한 번 되지 못하고 유통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는게 영화인들의 주장이다. 한·미 FTA를 앞둔 시점에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업계에서도 영화계에서 최근 대두된 동일한 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거대 유통 자본과 생산력을 앞세운 전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이다. 미국 내에는 카길과 썬키스트, 홀푸드 등 거대 유통망을 가진 굴지의 농산물 수출 조직들이 전세계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우선 이들 미국계 유통자본들이 국내 시장 진출의 교두로 노리는 곳은 단연 우리 농산물의 최대 유통처인 공영 농산물도매시장일 것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미국 농산물 수출회사들이 국내에서 농산물 유통 도매시장을 설립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수출회사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공영 도매시장의 몇 안 되는 법인들을 매입하고 나설 경우 공영 도매시장이 우리 농산물을 배제하고 수입 농산물을 유통시키는 전초기지로 돌변할 소지도 충분히 있다. 또한 가장 민감한 품목인 쌀의 경우, 카길과 콘티넨탈 등 세계적인 규모의 미국계 곡물상회들이 한·미 FTA로 규제의 장벽이 무너져 우리 시장에 미국산 쌀을 쏟아 부을 틈만 노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한·미 FTA 체결로 국내 시장에 대거 진출할 경우 당장 올 연말 수입쌀 시판을 앞두고 시판에 따른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을 의식, 눈치만 보고 있던 국내 대형할인 매장과 유통업체들이 앞 다퉈 수입쌀을 시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농연경북도연합회 최태림 회장은 "한·미 FTA로 대규모 미국 농산물 수출회사들이 우리 농산물 유통망을 잠식할 경우 우리 농산물의 우수한 품질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유통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이 배제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농산물 유통 전문가들도 "현재 우리 농산물의 유통구조 및 유통시장은 상당히 낙후돼 있어 규모 있는 미국계 유통회사가 국내시장에 진출할 경우 우리 유통 시장의 잠식은 시간 문제"라며 "공영도매시장의 경매제도와 시장도매인제 병행 등을 통한 유통단계 축소 방안과 대형 할인매장 등의 이윤추구에 앞선 도덕성이 점검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성제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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