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매장에 진열된 농산물과 가공제품을 단순 소비하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안전성 검사와 함께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접목시키는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즉 소비자들이 소비자와 함께 하는 농업으로 생산과소비연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 및 정책지원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생산자들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영농에 접목시키는 실천이 요구된다. 특히 소비자들은 ‘국민과 함께 하는 농업’의 중요한 동반자라는 측면에서 농업계와 생산자단체의 활동도 소비자들과 함께 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앞서가는 소비자운동을 통해 농업과 연계되는 사례를 살펴보고 소비자들의 활동을 농업에 접목시키는 방안을모색해 본다. 용산구 서빙고동에 사는 주부 최해숙(62)씨는 정농회 생활협동조합을 통해쌀과 채소, 과일 및 주스 등을 10년 동안 소비하고 있다. 과천에 사는 주부허경식(45)씨도 정농회 유기농산물을 8년째 소비하고 있는 회원이다. 이들은 배추, 파 등의 품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안전성을 믿고 소비한다고밝힌다. 유기농산물을 비롯한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 증가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적극 소비한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즉 안전농산물에 대한 소비자관심이 일반화되고 감시도 그만큼 강화되는 등 소비자와 함께 하는 농업이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식품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최근 대추음료의 잔류농약 검출에 대한 시민토론회가 개최돼 관심을 모았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과부산에 있는 ‘먹거리를 생각하는 시민모임’이 공동 주최한 잔류농약 검출토론회는 가공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최근 사례다. 이날토론회에서는 시중 유통중인 대추음료의 DDT, BHC 등 유기염소계 농약검출사실이 밝혀져 소비자들과 관련업계를 긴장시켰다. 또 식품포장재의 환경호르몬 검출 및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인체에 미치는폐해 등을 제기함으로써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같은 활동강화는 안전식품 소비에 대한 의식향상과 복잡한유통구조에서 파생되는 거품가격 제거라고 볼 수 있다. 생산자 및 소비자들의 정당한 가격보장이란 인식이 합치된 현상인 것. 특히 소득증가와 함께고품질, 안전식품을 선호하는 인식이 소비자운동 활성화의 계기인 셈이다. 현재 ‘소시모’를 비롯한 여성민우회 등 많은 소비자단체들이 안전한 식품소비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부산에 있는 먹거리를생각하는 모임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 95년 3월에 출범한 이 단체는먹거리 전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을 개최해 안전한 식품소비는 물론 생산과 연계하는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23차례 먹거리 포럼을 개최해 대추음료를 비롯한 토마토주스 등 과실음료의 잔류농약 검출 사실을 밝히고 식품포장재의 환경호르몬검출 및 유전자조작 식품의 인체영향 등을 제기했다. 소시모는 기존의 고발성 활동에서 벗어나 생산현장의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강광파 이사는 “생산·소비자 유대강화를 위해서는 가격보다 안전농산물을 생산하는 게 급선무”라며 특히 “유기농산물도 생산자 표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소시모는 수입농산물 및 가공원료의 검역소 샘플수거는 물론 국내외 농산물의 현장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운동은 유기농산물 등에 대한 생산·소비자 직거래로 나타나고 있다. 한살림생협을 비롯한 정농회, 여성민우회 등이대표적 단체로 회원들이 생산한 농산물 및 가공제품을 도시회원들이 주문소비하는 형태다. 경실련이 운영하는 정농회생협의 경우 생산회원 4백명에 소비자 회원은 3천명에 이른다. 한살림과 여성민우회도 각각 1천4백명과 2천80명의 회원을확보하고 유기농·저농약 농산물을 생산해 소비자와 직거래하고 있다. 생산회원들도 소비회원들의 요구에 부응해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있다. 농협도 유기농 매장 운영과 함께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소비자 직거래를 단순한 거래관계가 아닌 문화적 승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간교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제도적 장치가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농회생협 하용녀 간사는 “민간이 농촌체험행사 등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격에 부담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례에서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다. 이것이보장돼야만 소비자와 함께 하는 농업확산이 가능하다는 것. 경기도 안성의고삼농협(조합장 조현선)이 진행하고 있는 환경농업 실천은 소비자와 함께하는 농업의 모범을 잘 모여주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은 전량 소비자 회원들이 구입한다. 특히 자연학습장과 청소년봉사활동캠프 등에 도시 소비자 자녀들이 참가하는데 농촌체험과농업재인식이란 효과로 연결되고 있다. 경북 상주의 중모포도영농조합(대표 정의선)도 단순한 포도 재배와 판매에서 벗어나 가공 및 소비회원을 모집해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최소 5만원단위로 모집하는데 현재 1백50명이 모집됐고 1천만원 출자회원도 있을 만큼성과도 높다. 이와 함께 테마관광 코스를 개발해 주말마다 직장 및 동호인별 방문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소비자들이 농업의 중요한 동반자이자 소비자와 함께 하는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계 및 농업운동도 소비자들의 활동과 궤를 같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생산에 접목시키는 제도마련에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문광운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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