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농업인들은 농·축협 대출금 상환에 정신없이 보내는 등 IMF로악화된 농가경제의 어려움이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빚내서 빚을 갚지 않으면 불량거래자로 찍히고, 재산압류와 경매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가는 등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체에 걸리면 상환연기조치가 안되는데다 20%가 넘는 연체이자까지물어야 하고 신용불량거래자는 신규대출을 받기 힘들어져 새해 경영이 어려워진다. 빚에 의존해 농가경제와 농업경영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농업인들이 새해에는 지난해보다 사정이 나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있다는 점이다.
농업인들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을 수 있는 확실한 농가부채대책과 농가소득 증대대책을 정부가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있다. 그러나 정부의 농가부채 대책 자체가 2년간 상환을 연기, 당장의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것이어서 농업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3천평 시설하우스를 경영하는 서성호씨(45·전남 나주시 산포면)는 산포농협에서 빌린 1년짜리 단기자금 3천8백여만원중 지난 연말에 2천9백만원을갚았다. 나머지 9백만원은 연 20%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할 형편이다. 그래도 그는 “이 정도의 연체는 대단히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배농사 8천평을 짓는 정성실씨(38·전남 신안군 압해면)는 지난 연말 여유자금을 모두 털어 부채를 상환했다. 지난해 배값은 떨어지고 각종 병충해가만연해 생산량도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었던 정씨는 “올해도 빚내서 농사를지어야 하는데 상황이 다시 나쁘면 빚갚기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전남 함평군 해보면 정석씨(37)는 “축협으로부터 적색거래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수익과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연체문제는 해결해야만 되는 절박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천시 금호읍에서 포도농사 4천평을 짓는 김도인씨(43)는 “올해 집중호우와 열과 발생으로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년소득의 30% 수준에그쳤다”며 “지난 연말 1천2백만원의 부채를 상환할 수 없어 재대출을 통해 겨우 넘겼다” 말했다.
작년 연말 영농자금과 이자 1천만원을 갚기 위해 재대출을 받았다는 장재호씨(38·칠곡군 가산면)는 “원리금 상환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며“앞으로도 사태가 악화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부채대책은 현장 농업인들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남의 경우 총 농가수 17만9천9백호 가운데 농림부가 정한 농가부채신청 대상농가는 2만7백55호. 이중 구랍26일까지 신청농가는 1만2천5백69농가로 60.5%에 그쳤다. 2년후 상환연기 자금을 일시불로 갚아야 하는 어려움때문으로 분석된다.
거제시 동부면 산양리 윤덕수씨(39)는 1만2천평의 벼 및 과수농사를 짓고있다. 정책자금과 상호금융 대출금이 1억원 정도이지만 상환연기신청을 하지 않았다. 윤씨는 “정부의 대책은 3년후에 일시상환 하라는 꼴인데 우리농민들에게 그때 죽으라는 말과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창녕군 남지농협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출금연체비율은 20% 수준에 달해이들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한다.
홍진기 경기도 화성군 비봉농협 조합장은 지난해말 농가부채 신청과정과관련 “접수율이 낮은 등 추진에 애로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연말까지 연체상환이 몰린 농가들은 이번에 갚지 못할 경우 대상에서 제외돼 농가는 물론농협직원까지 애로를 겪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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