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을 따라 공릉천변 주변 논은 이미 대부분 물에잠겨 벼이삭이 간신히 보일정도다. 31일과 1일 쉬지 않고 내린 장대비로 공릉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논물은 빠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문산 광탄방향으로 빠지는 도로옆 논은 상습침수지역으로 하천과 논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흙탕물이 범람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겪은 악몽이 재연되고 있다.
8월2일 13시 현재, 파주시 재해대책본부가 집계한 논 침수면적은 5천4백40ha. 이 수치는 면을 거쳐 시로 보고된 공식통계일 뿐 실제는 이보다 훨씬클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조리면사무소 산업계 한 직원은 “지금 피해규모를 산정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라고 말한다.
광탄방향 조리면 일대. 이 일대는 8백mm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공릉천으로 이어지는 주변하천이 불어나면서 둑이 서서히 쓸려나가고 있다. 작년에 터진 둑을 임시변통으로 막아 거친 물줄기를 견디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주민 몇몇이 삽을 들고 나왔으나 손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남자들 몇몇만 남고 이미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인근 학교로 대피한 상태다.
시설하우스 장미재배 주민들은 “인력으로는 못 막아요. 포크레인으로 바닥을 긁어 둑을 쌓아 놨는데 속은 모래예요. 방법이 없습니다”고 한탄한다.하우스 곳곳에는 이미 상당한 물이 들어차 있다. 이 지역은 작년에도 둑이터지는 바람에 모든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겼던 곳. 묘목 뿐 아니고 난방시설 등 모든 설비가 무용지물로 변했던 곳이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억대의피해를 입었었다.
조리작목반장 김원영씨는 행정기관의 무대책에 분을 삭이지 못한다. ‘면에서는 안나왔어요’라고 묻자 “나오면 뭐해요. 대책이 없는데”라며 기대도 않는다는 반응이다. “작년에 둑이 터져 이 일대가 전부 쓸려 나가고 시장부터 시의원까지 다 왔다갔어요. ‘금방 복구하니까 걱정마라’고 해놓고는 예산이 없다는 핑계만 댑니다. 인재예요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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