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 딛고 일어섰다 ‘오뚝이처럼’진천군 이월면 장미재배단지. 겉으로 보기엔 언제 폭설피해를 입었나 싶게 멀쩡해 보인다. 화훼단지 대부분이 새로 시설을 해 거의 100% 가까이 복구를 마친 상태다. 군데군데 내부시설을 하지 않은 곳이 있기는 하지만 파이프를 세우고 비닐을 덮어 폐허상태의 피해장면을 연상하기는 쉽지 않다.이 화훼단지에서 수년째 장미농사를 해왔던 윤모씨는 아예 농사를 포기했다. 하우스 시설이 무너져내려 복구를 하려했으나 남의 땅을 빌려 임대농사를 짓는 처지라서 재임대를 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시 토지를 임대하고 그 위에 시설을 할 생각을 하니 도대체 엄두가 나지 않아 농사 자체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수백평이 무너져 내렸는데 농사져서 재미를 본 것도 아니고 복구비를 받는다고 해도 내부시설에는 또 수천만원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예 전업을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중산리라는 곳에서 난농사를 하다 시설 1000여평이 무너져내려 삼용리 장미단지로 이사온 김모씨는 새로 900평 시설을 하는데 1억3000여만원을 투자했다. 파이프를 이전보다 굵은 것으로 쓰고 모든 시설을 튼튼하게 하다보니 기준단가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갔다. 자동화하우스의 경우 정부 복구지원단가가 평당 약 8만2500원 가량으로 책정됐으나 김씨는 평당 13만5000원이 들었다. 1억3000여만원의 복구비중 김씨의 자부담은 6500여만원이나 들어간 셈이 된다. “표준하우스 복구단가가 파이프와 비닐값만 들어갔지 내부시설과 자재비는 전혀 반영이 안된다. 난은 장미보다 투자비가 배가 드는데 만약 자력이 없는 농가가 이런 피해를 입었다면 회복이 어려웠을 것이다. 단가를 작목에 맞게 현실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동네 화훼재배농가중 상당수는 임대농들이다. 외지에서 땅만 빌려 농사를 3∼4년째 져오는 농민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폭설피해를 입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이도 적지 않다. 삼용리의 한 농민은 아예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다행히 규모있게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지원되는 복구비중 융자분을 대출받을 수 있었으나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농민들은 아예 대출신청까지 포기한 경우도 있다. 삼용리 봉모씨는 1000만원의 대출을 신청했으나 신용한도가 넘었다는 심사결과에 따라 대출을 포기하고 말았다.이월농협 대부 담당자는 “대출신청을 했는데 자격이 안되는 농민들은 많지 않다. 다만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가 자력으로 복구한 경우도 있고 대출을 포기하고 자부담을 들여서 한 농가가 다수라고 본다. 폭설피해는 자연재해로 보기 때문에 연체가 있거나 해도 우선 연체를 해소하고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한다.이 지역농민들의 관심사는 이제 더 이상 시설복구가 아니다. 어떻게 피해이전 상태를 회복하는가가 관심사다. 새로 시설을 하고 종자를 파종했으니 정상적인 매출을 올리기까지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그동안은 계속해서 투자비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난방비를 줄이고 하우스시설보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부담을 더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 새로 대출받은 지원자금의 상환부담을 털어내야 하는 것도 숙제다. 폭설로 무너져내린 시설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을 설치했으니 만큼 정상적인 생산과 매출을 올리는 것이 이 지역농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진천=이평진 기자 leep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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