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정부의 5년연속 풍년론을 믿지 안을뿐더러 어떤 농민은 아예 역정까지 낸다. 3만평 농사를 짓는다는 한 농민은 “마지기당 두짝이 줄었는데 풍년은 무슨 풍년”이냐며 기도 안찬다는 반응을 보인다.그러나 ‘풍년론’이 ‘논’으로만 끝나지 않고 농가소득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산물벼 수매가 시작되고 나서 농협이든 민간업자든 마치 짠 듯이 수매가격을 내렸고 건조료도 인상했다. 지금 한창 진행중인 건조벼 수매현장에서는 만나는 농민마다 등급이 안나온다며 어두운 표정 일색이다. 등급이 안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수율도 낮다는 것이다. 알곡으로 도정하면 예전만큼 쌀이 안나온다는 것인데 정부에서는 무슨 근거로 풍년론을 시시때때로 강조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미곡종합처리장에서 수매가격을 내린 것은 쌀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에 계절진폭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또한 정부의 풍년통계에서 연유한 것이다. 농민들은 이제 한정된 예산에 꿰맞추기 위해 건조벼 등급을 계획적으로 후려친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큰폭의 등락없이 안정적(?) 소득을 올렸던 쌀에서마저 또다시 농민들은 정부의 풍년론에 희생당하고 있다.
이평진leepg@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