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한국농어민신문 홍란 기자]
공공 일차의료 전담부서 신설
보건의료원 기능 강화 목소리
지방소멸과 지역의료 붕괴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의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해온 지역보건의료기관이 법·제도 미비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 일차의료 전담부서 신설과 보건의료원 역할 강화 등 지역보건의료체계 전반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제2430호’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보건의료기관의 현황과 제도적 한계를 진단했다. 보고서는 “필수의료 공백과 열악한 의료 인프라는 지방소멸의 원인이자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 구조에서는 의료수요가 적은 지역에 의료자원을 확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의료시설 확충이 어려운 농어촌에서는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 등이 사실상 지역의료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들을 뒷받침하는 법적 기반은 일관성이 부족하고, 기관별 운영 기준과 역할도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농어촌의료법’에 근거한 보건진료소는 지역보건법상 지역보건의료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운영 지침이나 평가 체계조차 부재한 상태다. ‘지역보건법’을 근거로 ‘의료법’을 적용받는 보건의료원 역시 병원 기능을 갖춘 지역보건의료기관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으나, 제도적 지원과 평가체계가 미흡해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력 부족 문제도 지역보건의료체계의 심각한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상당수 지역보건의료기관이 공중보건의사에 의존하고 있지만, 처우 개선 부재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공중보건의사 규모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1인 근무 체계에 의존하는 보건진료소 역시 인력 충원과 운영 안정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보건의료체계의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공공 일차의료’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보건지소·보건진료소 등 농어촌 의료기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공공의 일차의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담부서가 마련될 경우 보건진료소 운영 기준 정비뿐 아니라 공중보건의사 제도 보완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원의 기능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민간의료기관이 부족한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보건의료원을 의원급 ‘지방의료원’ 형태로 지정해 지역 의료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다만 지방의료원이 만성적 적자 구조를 겪고 있는 만큼, 기능 전환 전 충분한 사전 검토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병행됐다.
아울러 지역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대응도 요구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인구 구조의 취약성은 지역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제공 능력도 위협하고 있다”며 “현 정부 국정과제에도 인력 양성 계획이 포함된 만큼, 일차 지역·공공의료의 최전선을 강화할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란 기자 hongr@agri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