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경남의 새고성농협 대의원들이 ‘농협 개혁의 주체는 조합원’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형식적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 관행으로돼 있는 농협의 대의원총회를 완전히 뒤바꿈으로써 직원 위주로 짜여진 예산과 사업계획을 조합원 위주로 바꾸는 쾌거를 올렸기 때문이다.
고성군내 하일·하이·삼산·상리·영현농협 등 5개 농협이 경쟁력 강화를위해 ‘새고성농협’이라는 이름으로 합병을 추진, 창립총회를 가졌으나 98년도 사업계획 및 수지예산서에서 모순점을 발견한 선진적 대의원들에 의해총회가 무산되고 사업·예산계획을 수정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새고성농협의 조합원이나 대의원들로서는 사상 처음있는 경험이자 조합의진정한 주인임을 당당히 선언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졌다.
이들은 ‘농협을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 3월24일 개최된 창립총회에서사업계획서 승인을 부결시켰다.
“현 사업계획서에 제시된 농협장(퇴임공로금, 특별위로금, 판공비 등) 및직원봉급(전무이하 여직원까지 합산한 월 평균 급여 2백73만원)이 터무니없이 많다.
또한 당초예산에 임직원자녀 장학금이 4천6백30만원인데 비해 조합원 자녀학자금은 1백만원으로 책정됐다. 이것만 보더라도 조합원을 위한 농협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농협이라는 생각 밖에 안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대의원총회에서 마냥 손만 들어주고 말아서는 결코 안되겠다는 결의를 다지게 됐다는 것이 ‘모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으로 직원들의 급료를 갖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탐탁치 않다는 생각도 있었으나 “직원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 만큼 충분한 자질이 있고 역할을하고 있다면 아무리 임금수준이 높아도 충분한 보수를 지급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원 역할이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따라서 직원들의 봉급도 능력에 따라 차등제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한편 이같은 대의원들의 문제지적에 대해 조합측에서는 ‘농협중앙회’의지침에 따라 했다는 논리로 비켜가려고 했으나 ‘모임’ 관계자들은 농협중앙회와 농림부에 직접 진위를 파악, 조합측 주장의 허구성을 밝히는 적극성도 발휘했다.
농협을 사랑하는 모임의 핵심 인물로 알려지고 있는 류동규씨(고성군 상리면 동산리 이장·56)는 “농림부, 농협중앙회 등 여러 곳에 지역농협의 운영에 대해 질의한 결과 농협중앙회에서 ‘지역농협은 하나의 독립된 법인체로서 모든 사업계획은 독자적으로 추진한다. 농협중앙회의 지침은 권고사항이지 구속력은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새고성농협은 지난 8일 2차 창립 대의원총회를 열고 98년 사업계획및 수지예산서에서 일부 사업비를 수정, 통과시켰다.
조합장의 퇴임공로금, 특별퇴임공로금, 합병퇴임공로금을 대폭 삭감했고,임직원자녀장학금과 추진비성 경비, 처우개선 예비비 등을 줄였다. 줄어든사업비는 그대로 조합원에 대한 환원사업비, 조합원자녀 학자금으로 투입토록 했다. 조합원에게 혜택이 가는 사업으로 1억7천7백70만원이 더 책정된것이다.
물론 ‘모임’을 중심으로 한 선진적 대의원들은 더 많은 개선을 요구할수도 있었으나 합병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에 수정안을일부 재조정하는 선에서 일단락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류씨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우리는 말 그대로 농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지 농협의 비리를 들춰내 곤경에 빠뜨리려는 의도는 없다.
압력단체로서의 기능보다는 농협의 진정한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대명제 속에서 지역농협이 올바로 설 수 있도록 조언하자는 것이다. 지금부터 해야할 일이 너무 많으며 이번 일은 작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동광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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