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진행한 대파 무관세 수입이 4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3월 28일, 가락시장 대파 경매장 하역직원들이 쌓여있는 수입산 대파 정리와 함께 경매 준비를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 1월부터 진행한 대파 무관세 수입이 4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3월 28일, 가락시장 대파 경매장 하역직원들이 쌓여있는 수입산 대파 정리와 함께 경매 준비를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도매시장 가격 하향세 불구
4월에도 3000톤 반입 계획
올 들어 무관세물량 6000톤 육박

자칫 봄대파 홍수출하 우려
산지 유통인 수익 악화에
농가 포전거래 위축 걱정도

 

“대파값이 합리적이라고 하더니, 또 무관세 수입인가. 소매 가격에만 맞춘 단기 처방도 모자라, 무관세 수입으로 산지 가격까지 흔들고 있다.”

정부가 4월에도 무관세 대파 수입을 지속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생산 농가인 장 아무개 씨는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전남 신안 임자에서 대파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이번 겨울대파 작황은 좋지 않은 편이었다. 생산량이 적어 대파값이 올라도 출하할 수 있는 대파가 없다”며 “산지 역시 농자재·인건비 등 고물가에 허덕이고 있고 이상기후 피해까지 커지고 있는데, 엉뚱하게 대파가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려 무관세 수입만 확대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총선을 앞두고 대파값이 정치권 공방에 휘말려 다뤄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4월에도 무관세 대파 수입을 추진하겠다고 결정했다. 올해 1~3월 신선대파 3000톤을 무관세로 들여온 데 이어 4월에도 3000톤을 무관세로 더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신선대파 수입량은 전년(2022년) 2586톤보다 3배 증가한 8400톤 가량이었는데, 올해는 불과 4개월 만에 무관세 물량 6000톤가량 수입될 예정으로 수입이 폭증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3월 무관세 물량 3000톤중 2900톤이 들어온 상황이다. 4월 시행되는 무관세 추가 물량 3000톤은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6일 성명을 통해 “대파의 관세는 27%로 고관세 품목이 아님에도,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1월부터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평년 대비 50% 이상 많은 양이 수입됐지만, 여전히 대파가격은 잡히지 않고 있다”며 “무관세·저관세 수입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농민들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식같이 키운 작물을 갈아엎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영범 신안농협 조합장(파생산자협의회장)은 “공산품은 부족하면 수요에 맞춰 생산하면 되는데, 농산물은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무관세 수입은 신중한 검토를 거쳐 아주 단기간에 한해 시행해도 후폭풍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3~4개월이 넘도록 무관세 수입을 장기화하면 중장기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산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겨울대파 출하는 평년보다 빠르게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주산지인 신안 일대의 겨울대파 출하가 대개 4월 중순까지 이뤄지고, 빠르면 4월 중하순부터 출하되기 시작하는 노지 봄대파로 넘어가는데, 올해는 겨울대파 출하 미무리 시기가 한 달 정도 앞당겨졌다. 이유는 생산량이 줄어서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전반적인 생산량이 평년 대비 감소했다는 얘기들이 많다.

산지에선 무관세 수입 여파가 현재 막바지 겨울대파 물량과 함께 출하기를 앞두고 있는 봄대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시세가 양호하면 출하를 앞당기려는 심리가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수입 물량이 증가하면 자칫 ‘홍수(집중)출하’와 맞물려 시세가 폭락하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수입 물량 증가로 인해 출하를 늦추는 경향이 강해져 정작 수입을 했는데도 가격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대파는 농가와 산지유통인 간 포전거래 비중이 많은 품목인데, 무관세 수입 물량이 도매시세 상승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산지유통인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산지에서 걱정하는 대목이다. 향후 포전거래 침체로 나타날 수 있어서다.

진도의 대파 농가는 “무관세 수입으로 인위적으로 도매시세를 붙잡게 되면 산지유통인들이 포전거래를 통해 기대했던 수익 폭이 줄어들 것이고, 산지유통인들의 자금력이 악화되면 다음번 포전거래가 위축되는 분위기로 이어져 농가도 썩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산지 사정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취약해 파급 효과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안의 또다른 대파 농가는 “‘대파 한 단 875원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발언은 농촌 실정을 전혀 모르고 한 소리다. 대파 한 단을 출하하는 데 드는 작업비용만 800~900원이다. 생산원가와 물류비 등을 포함하면 도매가격은 한 단에 최소 2000원 정도 나와줘야 농사를 짓는 부부 2명 몫의 자가노동비라도 건질 수 있다”고 했다.

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3월 28일 대파 1㎏당 소매 가격은 2751원으로, 1년 전인 3418원보다는 낮다. 정부 할인지원 영향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3월 들어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대파 도매시세(1㎏ 상품 기준)도 1일 3104원에서 갈수록 하향세로 전환돼 3월 29일 현재 2144원이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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