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꿀벌 ‘공존법칙’ <하>꿀벌과 동업하다
영암 효담영농조합법인 김영기·김휘찬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농업과 꿀벌은 불가분 관계다. 농업인들도 꿀벌을 동반자라고 한다. 때문에 농작물 방제를 할 때 농약 포장지에 표기된 ‘꿀벌 독성’ 등 주의 사항을 확인하고 이행하는 것은 방제의 기본이다. 최근에는 문제 해충만 제거하는 표적 방제기술로 꿀벌 등 화분매개 곤충을 보호한다. 전남 영암의 배 농가를 찾아가 꿀벌을 보호하는 방제에 대한 현장의 얘기를 나눴다. 
 

전남 영암에서 배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기 씨와 청년농업인 아들인 김휘찬 씨는 꿀벌을 보호하고 해충만 타깃 방제하고 있다.
전남 영암에서 배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기 씨와 청년농업인 아들인 김휘찬 씨는 꿀벌을 보호하고 해충만 타깃 방제하고 있다.

전문 약제로 ‘해충 표적 방제’
꿀벌 활동하지 않는 야간에 방제

배 꽃가루 수분이 더 잘 되도록 
개화기 양봉 벌통 임대해 사용
야생 꿀벌 덕 고품질 배 늘어

전남 영암에서 배를 재배하고 있는 김영기 아버지와 김휘찬 아들. 1만7500여평의 배 과수원 효담영농조합법인을 이끌고 있는 부자(父子)가 선택한 방제 전략은 전문 약제를 사용한 ‘해충 표적 방제’다. 피해를 유발하는 문제 해충을 타깃으로 약제를 사용하는 방제 기술이다. 그런 만큼 꿀벌은 물론 각종 유익한 곤충에게는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배농사를 지어 온 김영기 대표에게 과수원의 농약 방제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과거에는 농약 관행적 방제를 했었지만 이젠 예전처럼 방제하는 농가들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며 “안전사용 기준 그대로 적용 약제를 선택하고, 자신 과수원 환경과 기상 상황, 꿀벌 등 화분매개 곤충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방제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배꽃 개화기에 꽃가루 수분이 더 잘 되도록 양봉 벌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야생 꿀벌이 많이 찾아올수록 고품질 배 수확량이 늘고 이득인데, 무분별하게 농약을 사용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김영기 대표의 배 과수원 방제는 아들인 김휘찬 씨가 합류하면서 한층 더 안전하면서 효과가 높은 방제법이 적용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에서 과수를 전공한 김휘찬 씨는 대학을 비롯해 신젠타코리아의 청년농업인네트워크 활동, 전남마이스터대학 등을 통해 체계적인 방제기술을 습득했다. 

아버지인 김영기 대표도 이러한 아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이젠 과수원 방제 전권을 아들에게 넘겨줬다. 올해 28세로 청년농업인 김휘찬 씨는 약제 분류 코드를 꼼꼼히 살피면서 꿀벌에 대한 독성이 있는 약제인지 확인하고, 제품에 표기된 꿀벌 주의 마크도 다시 확인한 후 사용하고 있다.  

그는 “과수 농사는 화분매개 곤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수원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농사를 망칠 정도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한다”며 “따라서 방제 처방전을 보면서 병해충 발생 상황에 따라 해당 병해충 전문약제를 사용한다. 문제가 되는 해충만 타깃 방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바람이 잠잠해지고 꿀벌이 활동하지 않는 야간에 주로 방제한다. 꿀벌을 보호하며 타깃 방제 등으로 방제해 보니 다음날 아침에 꿀벌이 평상시처럼 배 꽃 사이를 활발히 날아 다니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방제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 덕분에 농약 방제를 관행과 비교해 3분의 1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배 과수원 입지도 햇빛이 풍부하고 공기 흐름이 잘 되는 덕분에 방제를 줄여도 효과는 우수하게 나온다고 했다.

배 수확량은 물론 품질이 좋다보니 입소문을 타고 구매자들도 늘었다. 농협 계통출하를 주축으로 출하량의 30% 정도가 일반 소비자와 직거래 판매되고 있다. 김영기 대표는 “중소형과는 주로 수출용으로 나가고 대형과는 내수 출하인데, 출하량의 30% 정도를 소비자에게 판매해 택배로 배송한다”며 “배 맛을 본 구매자들이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이렇게 매년 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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