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기자간담회 통해 총선 정책 제언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지난해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과 4년 만에 재발한 구제역 모두 수의사가 찾아내 신고했습니다. 이젠 가축 사육은 농가가, 질병 예방은 수의사가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나눠줘야 할 때이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총선 국면에 접어든 주요 정당에 제안했습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4·10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3주가량 앞둔 지난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수의과학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허주형 회장은 현재 주요 수의계 현안을 알리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정당에 제언한 정책 과제를 밝혔다. 

허주형 회장은 “우리의 경우 한해 구제역 검사 수가 80만 건을 넘는데 유럽은 전체를 통틀어 2만 건에 그친다. 유럽의 경우 검사를 지양하는데 이는 수의사가 백신 접종 등 질병을 전담하기에 가능한 일로 지난해 럼피스킨과 구제역 모두 수의사가 신고해 초등 대응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도 전체 두수 접종을 수의사가 하게 하는 등 ‘농장 전담 수의사제’를 전면 도입하고 ‘농장거점동물병원’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 회장은 이어 “현재 국내의 경우 농장주와 수의사 역할이 나눠지지 않아 질병이 많이 발생하는데, 농장 전담 수의사제 도입과 농장거점동물병원이 신설되면 농가가 가축 사육에 전념할 수 있는 데다, 살처분도 줄어들며 안전한 축산 농장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체계적인 농장 동물 진료 및 방역 시스템 구축으로 가축 질병 등을 예방, 국내 축산물 품질과 공급량 안정화에도 기여하게 되며 궁극적으론 국내 축산물의 고급화와 세계화 등 ‘K-축산’을 육성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질병관리청’ 신설·수의사 처우 개선 등 목소리도 

부처별 산발적으로 대응하는 동물 관련 업무의 일원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를 위해선 ‘동물질병관리청’ 신설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언했다. 

허 회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질병은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고 인수공통감염병도 지속적으로 창궐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현행 동물 관련 정부 조직기구는 농림축산식품부(가축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위생), 환경부(야생동물 및 동물원 동물), 문화재청(천연기념물), 해양수산부(수생동물) 등으로 나뉘어 있고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야생멧돼지 관리는 환경부, 농가 방역 업무 등은 농식품부에서 하면서 효과적인 방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동물질병관리청이 신설돼야 한다. 이를 통해 동물전염병으로부터 동물 보호와 생물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효율적인 동물 질병 관리로 국민 보건도 향상하면서 동물 질병 R&D와 관련 연구 강화로 동물 질병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수의사에 대한 처우개선 시급성과 함께 간담회 말미엔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의료분쟁에 대해서도 수의계 입장에서 목소리를 냈다.

허 회장은 “현재 수의사 면허 소지자 중 수의계 현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62.4%에 불과하다. 전문 직군인 수의사 면허 소지자가 수의사 업무를 안 하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크다”며 “정부에선 수의대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전문 인력을 수의직에서 활동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고 처우를 개선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분쟁과 관련해선 “정부가 근시안적으로 보는 것 같다. 자칫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대 쏠림 현상이 일어나 수의학과를 비롯해 자연과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의료계 자체를 보더라도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앞서 인프라 구축을 먼저 진행하며 정부와 교육당국, 의료단체가 심도 있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허주형 수의사회장(왼쪽 두 번째)과 수의사이자 수의사회 직원들.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허주형 수의사회장(왼쪽 두 번째)과 수의사회 오근호 국장, 김동완 부장, 이래영 과장(왼쪽부터).

이외에도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대한수의사회는 포퓰리즘성 동물보건소 추진 반대, 진료비용 게시 확대 반대 등의 목소리를 냈고, 3500여명의 참여가 예정된 가운데 오는 10월 25~27일 대전에서 열리는 제23차 아시아·태평양 수의사회 총회(FAVA Congress 2024)도 홍보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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