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구정민 기자] 

지난달 14일 하루종일 전화기에 불이 났다. 그중 대부분이 전북지역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이었다. 그들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연락이 왔는데 신동진 볍씨에 문제가 생겨 신청한 만큼 올해 보급종 배정이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는 것이었다.

쉽게 믿기 어려운 소식에 다음날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답하고 통화를 마무리졌다.

그 이틑날 아침부터 일제히 언론들의 보도가 쏟아졌다.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에서 보관하던 신동진 볍씨 300여톤에 곰팡이로 추정되는 피해가 발생해 종자 보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전북에 보급하려던 1060톤 중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동진 볍씨로 당장 모내기에 나서야하는 농민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필’ 문제가 생긴 볍씨가 많고 많은 품종 중에 정부가 쌀 과잉생산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퇴출시키려했던 보급종인 신동진이라니.

항간에는 “신동진을 버리고 신품종을 보급하려는 의도적인 실수 아니냐”라는 분통섞인 말도 나온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보다 문제는 종자원의 안이한 태도다. 곰팡이가 생긴 품종을 대신할 다른 품종의 볍씨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니 파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농민의 심정을 일도 모르는 처사다.

대체품종으로 거론된 참동진, 안평 등은 시장에서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았고, 가격도 낮을뿐더러 맛도 떨어진다는 게 농민들과 소비자들의 주된 평가다.

이에 전북 농민들은 신동진 볍씨 오염사태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사태에 관해 철저한 조사를 철저히 실시하고 농민들이 만족할만한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한다.

한편 정부는 신동진 품종을 오는 2027년부터 공공비축미곡 매입 제한 품종으로 결정한바 있다.

전국 재배면적 1위의 전북지역 주력 품종으로 자리매김한 신동진을 퇴출시키는 것은 지난 20여년간 농민과 관계자들이 투자해온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간 쌓아온 신동진벼의 브랜드 가치와 투입된 예산까지도 다 포기하는 것이다.

아무런 보장없는 무조건적인 퇴출이 아니라 농민들이 납득할만한 충분히 검증된 신동진 대체품종 마련과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에 정부와 전북자치도가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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