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구제역 백신 항체가 과태료 기준을 상향하는 것에 대해 양돈 농가들은 검토조차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구제역 백신 접종 모습.
구제역 백신 항체가 과태료 기준을 상향하는 것에 대해 양돈 농가들은 검토조차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구제역 백신 접종 모습.

양돈농가 반발로 물러섰지만
정부 지속 검토방침 ‘논란 불씨’

이상육 피해 연간 2700억 더해
항체가 기준 높이면 ‘농가 위축’
무침주사로 이상육 줄이고
중화 항체가로 재검사 선결과제


정부가 구제역은 발생하지 않으면서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육 피해만 늘어가는 양돈 농가에 ‘구제역 항체가 과태료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생산자단체와 농가의 강력 반발로 한발 물러섰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미 지자체와 업계 담당자가 참여하는 구제역 워크숍 책자를 통해 추진 계획안을 발표해 많은 지자체 관계자가 인지하게 됐고, 검토는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 논란은 이어질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12일 부산에서 진행된 ‘2024년 럼피스킨·아프리카돼지열병·구제역 워크숍’에서 ‘비육돈 항체 양성률 기준 상향 조정(예정)’을 발표했다. 비육돈(육성용 돼지) 항체 양성률을 현행 30%에서 60% 이상으로 높여 이 기준에 미흡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로 관련 내용을 최근 대한한돈협회 등 한돈업계에도 알렸다. 

하지만 생산자 등 한돈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돼지의 경우 구제역은 2018년 2건 발생 이후 최근까지 발생하지 않고 있는 데다, 혹시 모를 취약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더라도 이미 백신 접종 정책이 자리 잡혀 있어 확산 우려가 없거나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또한 농식품부 살처분 보상금 기준 개정(안)에 구제역 발생으로 살처분 시 해당 농장 내에서도 백신접종을 한 음성 돼지는 살처분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농가에 대해선 이미 사용 중지나 폐쇄 명령까지 가능하도록 규제도 강화돼 있다. 특히 양돈 농가들은 구제역 백신 근육접종으로 인한 이상육 발생으로 연간 27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과태료 기준까지 강화하면 구제역 백신 정책에 대한 ‘피로도’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농가들은 사진처럼 농양·육아종·섬유화 등 구제역 백신에 따른 이상육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전하며 이에 대한 해결을 정책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가들은 사진처럼 농양·육아종·섬유화 등 구제역 백신에 따른 이상육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전하며 이에 대한 해결을 정책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당 기준 상향 시 부작용도 야기될 수 있다. 현재 구제역 백신은 8주령(56일령)과 12주령(84일령) 2회 접종하는데 백신 접종 스트레스로 인한 출하 지연으로 2차 접종 후 120일이 지나야 출하가 가능하므로 항체가가 떨어질 수 있어, 12주령이 아닌 출하 한 달 전 등 출하에 임박해 접종할 수 있기에 이로 인해 되레 구제역 발생 위험도와 이상육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항체가 기준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국가도 없다.

이와 관련 한돈업계 관계자는 “무기한 백신 접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규제 강화는 농가 피해와 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상육 피해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무침주사용 백신이 상용화된 이후나 (현 SP 항체가에서) 백신 접종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중화 항체가로 재검사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이 전에 항체 양성률 기준 상향을 검토조차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업계 반발에 농식품부도 한발 물러서 당초 상반기 추진에서 다시 검토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검토는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의 불씨는 살아있다.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관계자는 “농장주와 생산자단체 의견을 듣고 있는 상황으로 필요하게 되면 추진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워크숍 책자는 생산자들과 공감대가 형성되거나 협의가 되면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었다”며 “검토가 마무리돼도 생산자단체나 관계기관 및 전문가 등 여러 의견을 듣고 절차에 맞춰 진행해야 하기에 지금은 기초적인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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