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과지방 제거 권고’ 외에는 제재수단 없어
지방 적은 삼겹살-많은 삼겹살 구분해
소비자에 정보 제공, 선택권 주면 어떨까

최근 일명 과지방 삼겹살이 식육 유통 시장에 논란이 일자 농림축산식품부는 급기야 일반 삼겹살 지방은 1cm 이하, 오겹살은 1.5cm 이하로 하라고 식육 유통업계에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논란은 삼겹살 반값 할인 행사 과정에서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될 만한 지방 부위가 압도적으로 높은 삼겹살만을 제공한 것에서 촉발되었다. 축산학을 전공한 내가 보기에도 문제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고, 소비자의 한사람으로 이런 삼겹살만을 제공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돼지고기의 가장 핵심은 삼겹살인데,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돼지고기 유통의 모든 문제도 결국에 삼겹살에서 시작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돈육시장은 삼겹살과 목살 같은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삼겹살의 부정유통이 끊이지 않는 주요 이유이다. 왜냐하면 앞다리, 뒷다리 또는 등심 등은 구매 선호도가 낮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삽겹살, 목살 또는 갈비 등에 끼워 팔거나 속여서 팔아야 하는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설 연휴에 고향 인근 전통시장에서 삼겹살을 구매하려 했더니 등심이 일부 포함된 삼겹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라서 판매하려 하기에 판매자를 혼내준 경험이 있다. 이렇듯 국내 식육유통 업계에는 아직도 정신 못차린 업자들이 없지 않기에 이번 기회가 삼겹살 시장의 부정유통이 방지되는 분수령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명 과지방이라고 불리는 삼겹살 부위도 법적으로는 삼겹살에 해당되기 때문에 과지방을 제거해달라는 권고 이외에는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또한 지방 함량이 높은 부위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지방함량이 높은 형태로 돼지가 개량되어 온 부분도 이번 논란의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고 본다. 더 큰 문제는 실제로 소비자들은 지방 함량이 적은 부위를 선호해서 구매하지만, 막상 조리된 삼겹살은 지방함량이 높은 삼겹살에 대한 선호도가 앞도적으로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지방이 적고 담백한 등심이나 뒷다리 부위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축산업계가 수십년간 노력했지만, 지방함량이 높은 삼겹살에 대한 편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을 너무 과도하게 줄이면, 소비자들의 구매 만족도는 높을지 모르나 삼겹살의 풍미가 점차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이 싫다면서도 지방함량이 높은 고기를 유독 선호하는 독특한 구이 문화 아래서는 무작정 지방을 줄이는 형태로 업계를 유도하면 단기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도는 회복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지방함량이 낮은 수입 삼겹살과의 품질 경쟁력이 감소하는 뼈아픈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이베리코나 가고시마 흑돈처럼 지방함량이 높은 고기와의 풍미 경쟁에서 뒤처져 품질 우위의 지위를 잃는다면 이러한 피해는 결국 국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수입 삼겹살이 값싸고 풍미도 나쁘지 않다고들 하지만, 국내산 삼겹살이 경쟁력을 잃으면 수입산 고기도 더는 싸지 않게 된다는 사실 또한 소비자들이 알아야 한다.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고품질 국내산 식육의 자급율 마지노선은 지켜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축산업계 또한 이번 논란을 해결하려고 성급하게 조치하기 보다는 조금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사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소비재는 결국 소비자 선택의 몫이고 사실 소비자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기 때문에 시급하게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은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식육유통 업계와 함께 과지방을 제거하고 넓게 펼쳐서 포장하므로써 소비자들에게 삼겹살 형태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노력 등은 현재로써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돼지고기 수익의 절반 이상이 삽겹살에서 발생되는 현재 구조에서는 지방이 적은 삼겹살만을 선별하게 되면 국내산 돼지고기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내산 돼지고기의 경쟁력 저하는 결국에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지방이 적은 담백한 삼겹살과 지방이 많은 고소한 삼겹살 등으로 구분해서 판매하는 유통구조 또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소비자들에게 지방이 적은 삼겹살과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구분해서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나처럼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지방 두께를 1cm 이하로 낮춘다면 굳이 국내산 삼겹살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 등 축산관계 기관들은 삼겹살 등급 평가 또는 삼겹살 구분 유통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없지 않다고 본다. 

돼지고기 삼겹살과 비슷한 소고기 부위로는 차돌박이가 있는데, 차돌박이 역시 과지방 삼겹살 만큼이나 지방이 많지만, 구이용뿐만 아니라 된장찌개 등 국거리용으로 대체 불가한 뛰어난 풍미를 가지고 있다. 삼겹살도 마찬가지로 적어도 찌개용 삼겹살은 일명 과지방 삼겹살의 풍미가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본다. 돼지고기 용어를 소고기에 가져가서 우삼겹이라는 용어가 유행한 것처럼 돼지 차돌박이인들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부에서는 식육 등급이 너무 복잡해지고, 너무 규제가 많아진다고들 지적하는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 세계 식육시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구매 패턴을 가진 국내 식육시장의 특성상 불가피한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축산업계가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과지방 삼겹살 또한 나쁘지 않다면 아예 대놓고 “고소한 과지방 삼겹살”로 팔지 못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이 문제일 뿐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권을 주는 것은 나쁘게 받아드릴 소비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단기간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섣부르게 삼겹살 지방의 함량을 줄이는 형태는 소비자들에게 풍미가 낮은 삼겹살을 제공해야만 하는 피해가 발생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산 삼겹살의 품질 경쟁력이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하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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