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양파·마늘생산자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13일, 대전 관세청과 청주 식약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입산 양파·마늘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안전성 정밀검사를 촉구했다.

양파·마늘 농가들이 국내 반입 시 중량과 품질을 속이고 저가 신고 하는 수입산 양파·마늘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안전성 정밀검사를 정부에 촉구했다. 특히 조생종 출하를 앞둔 양파 농가들은 수입 양파 반입이 국산 양파 가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입 양파 전수 계측과 함께 불법 수입에 대한 보다 철저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국산 평균보다 비싼 ‘수입산 260톤’ 들여올 예정중량 속이기 의심

국내산 양파 2월 평균 도매가격(상품)은 kg당 1263원으로, 가격이 높았던 전년 대비 17% 하락했으나, 평년보다는 12% 가량 상승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번 달에도 이어져 14일을 기준으로 3월 평균 가격은 136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조생종 양파 출하로 점차 시세가 하락해 3월 전체적으로는 평균 1200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평년 1141원과 비교해 소폭 높은 가격이다.

수입 양파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다. 2월 수입 양파 평균 도매가격(상품)은 1kg 1301원. 같은 기간 국내산 평균 가격 대비 38원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3월 평균 가격도 국내산보다 높은 1465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도 135%의 관세를 적용하면 시장 출하 가능가격은 1500원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입산 양파 가격이 강세인 이유는 중국 내 양파 재고량 감소로 인해 현지 가격 자체가 높아서다. 높은 가격 탓에 수입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 2월, 수입 양파 1905톤이 국내로 들어왔는데, 이는 전년 대비 5545톤, 평년과 비교해도 1391톤 감소한 물량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한 양파유통업체가 중국에서 양파 260톤가량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파 농가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파 유통업체에선 중식당 등 중국산 양파를 선호하는 고정 수요가 있어 가격이 높아도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양파 농가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합천의 양파 농가는 “이번에 중국에서 들여오는 양파는 한국까지 오는 가격만 1kg 1600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유통과정을 거치면 15kg 한 망을 3만원 대에 시장에 푼다는 이야기로 중국산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도 너무 비싼 가격”이라며 “결국 지난해 문제가 됐던 적재량 및 중량 속이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국내 조생종 수확 앞두고 값 낮추려 ‘흔들기용’ 의견도정부의 철저한 단속 요구

다른 한편에선 이번 수입을 국내 조생종 양파 수확을 앞둔 시점에서 국내산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농가 흔들기용’으로 보고 있다. 수입산 유통으로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국내산 시세를 낮춰 보다 저렴하게 포전계약을 할 수 있게 되면 유통업체 입장에선 그편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한 양파 농가는 “양파 유통업자들이 농가를 대상으로 2023년산 재고량이 전년보다 많은데다, 2024년산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늘어나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다니면서 평당(3.3㎡, 평균 양파 15~20kg 수확) 8000원 수준에서 포전계약을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왔다”라며 “하지만 양파 가격이 조생종 수확을 앞두고도 떨어지지 않자 수입산이 들어오면 가격 하락 걱정에 불안해하는 농가 심리를 이용해 계약 가격을 낮추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산 가격이 높으면 정부에서 중국산 양파를 들여왔고, 이는 대부분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양파 수입을 민간에서 한 건지, 정부가 추진한 물량인지 모르는 농가 입장에선 수입 양파가 들어온다는 소문만 들려도 가격 폭락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관계자는 “벌써 여러 양파 농가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 이번 양파 수입 얘기가 돌면서 이번에도 양파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라며 “농가를 대상으로 올해는 가격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주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생산자단체에선 농가를 대상으로는 양파를 헐값에 넘기지 않도록 교육을 진행하면서 정부에는 수입 양파에 대한 전수 계측과 정밀 검사 등 관리 감독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 13일 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함께 대전광역시 관세청과 청주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수입농산물 중심의 수급 정책으로 농산물 수입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면서 수입농산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관세청과 식약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졌다”라며 △3~6월 양파 성출하기 수입 양파에 대한 전수 계측 시행 △저가신고 수입 유통에 대한 집중 단속 및 강력한 처벌 △수입 농산물 안전성 정밀검사 시행 후 국내 반입 △수입 농산물 통관 검역 강화와 검역 과정 생산자단체 참여 등을 요청했다. 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요구서를 관세청과 식약처 관계자들에게 각각 전달했다.

남종우 양파생산자협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유통업체가 14일 중국에서 양파 260톤을 들여오는데, 농가에게 지금은 양파 가격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로, 왜 이런 시기에 수입을 하는지 의문이 많이 남는다”라며 “국내산 양파 수확기인 3~6월 4달 만이라도 관세청에서 중량 속이기와 저가 신고를 철저하게 단속해 무분별한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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