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버섯 배지와 사료 원료로 사용되는 수입 식물성 잔재물에 대한 이중관리를 두고 이제는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같은 식물성 잔재물임에도 원칙적으론 버섯 배지용은 폐기물로 판단해 취급 요건이 까다로운 반면, 사료용은 이와 달라 제도적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체계상으론 사료용으로 부적합한 식물성 잔재물을 버섯 배지용으로 둔갑해 수입하곤 사료 원료로 판매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존재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배지용만 폐기물처리업 허가 필요‘가공‧포장시 예외’로 간소화 했지만 한계

식물성 잔재물은 옥수수 속대(콘콥)·쌀겨(미강)·밀기울·면실피·비트펄프 등 농업부산물을 뜻한다. 주로 버섯 배지와 가축 사료로 활용되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팽이‧새송이 버섯 재배에 주로 사용되는 콘콥은 자급이 안 돼 전량 수입되는 실정이다. 버섯과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선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 재료들인 셈이다. 

하지만 수입 식물성 잔재물을 두고 배지용과 사료용의 취급요건은 판이하다. 버섯 배지를 생산하기 위해 식물성 잔재물을 수입하려면, 버섯 농가(배지생산자)는 원칙적으로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아야 하며 대기‧수질오염물질처리시설과 폐기물 수집‧운반차량 등을 갖춰야 한다. 수입 식물성 잔재물이 폐기물로 간주되고 있어 환경부의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폐기물관리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료용이라면 이런 요건이 사라진다. 사료용은 안정적인 생산과 품질향상을 통해 축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료관리법’을 적용하는 덕분이다. 같은 수입 식물성 잔재물을 취급함에도 관련 법의 유무로 인해 이처럼 버섯‧사료업계의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버섯업계의 애로를 반영해 가공‧포장된 상태의 수입 식물성 잔재물은 폐기물관리법에서 제외하도록 행정지시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단 게 버섯업계의 진단이다. 일례로 팽이버섯 배지의 필수 재료인 비트펄프는 벌크 상태로 들어오는데, 가공‧포장된 상태가 아니므로 폐기물관리법을 적용받는다. 제도적 형평성 논란과 버섯 배지용 폐기물관리법 간소화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이유다. 
 

‘배지용 간소화’ 악용 우려폐사료, 배지용으로 둔갑해 들여와 사료화 할 수도

무엇보다 현 체계상으론 사료 품질 관리에 허점이 있단 우려도 나온다. 버섯 배지 생산을 위한 수입 식물성 잔재물에 간소화 절차가 이뤄지고 있단 점을 악용, 사료용으로 부적합한 원료를 버섯 배지용인 것처럼 들여와 사료 원료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료관리법상 원료로 적합하지 않은 수입 식물성 잔재물(폐사료)을 버섯 배지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배지용인 것처럼 수입 후 사료 원료로 활용해도 정부 당국이 이를 잡아내기가 어렵단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폐사료로 판정받은 수입 식물성 잔재물이라도 ‘자원순환’이라는 취지로 버섯 배지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폐기물관리법과 사료관리법의 간극을 이용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의 폐기물의 종류별 재활용 가능 유형’을 보면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더한다. 버섯재배용 배지를 제조하거나 배지로 사용할 수 있는 유형은 ‘R-5-3’으로 규정돼 있는데, 폐사료는 유박유잔재물과 초본류, 맥주박 등과 같이 버섯 배지로 활용 가능한 ‘R-5-3’으로 지정돼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제도적 허점을 해결하기 위해 배지용 식물성 잔재물 수입 간소화 조치를 없애자니 버섯업계 전반이 폐기물시설화를 해야 해 영세한 산업에 피해가 막심하고, 버섯 배지로 충분히 활용 가능한 폐사료를 자원화하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정부가 제도적으로 자승자박한 꼴”이라고 진단했다. 
 

사각지대 해소·산업 발전 위해선“관련 법 제정 검토 등 근본 대책 마련해야”

버섯업계는 이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버섯산업 발전을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버섯 배지용 수입 식물성 잔재물에 행정지시(폐기물관리법 간소화 조치)로 이뤄지고 있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사료관리법처럼 이른바 '버섯산업법'을 제정해 산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버섯산업의 폐기물처리법 적용을 피하고 현 제도의 사각지대도 보완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동관우 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 버섯 배지용 식물성 잔재물 수입 간소화 조치는 단순 행정 지시이므로 향후 폐기물 수입·처리 신고를 해야 할지도 모를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면서 “폐기물관리법을 적용받게 되면, 행정비용 및 폐기물 수집·운반 차량 확보 비용이 발생하므로 생산비 상승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업 현실을 반영하는 ‘버섯산업법’을 제정해 농민들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비료‧사료 공정규격처럼 버섯 배지에도 이런 규정을 마련해 저품위 원료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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