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잣 농장 ‘하늘비’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2016년 처음 ‘잣’과 인연을 맺었던 김은실 농업회사법인 하늘비 대표. 김 대표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잣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소득을 창출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정착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출했다.  
2016년 처음 ‘잣’과 인연을 맺었던 김은실 농업회사법인 하늘비 대표. 김 대표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잣을 통해 보다 수월하게 소득을 창출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정착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출했다.  

국유임산물 무상양여 제도로
산촌 주민 채취 잣 송아리 ‘수매’ 
김은실 대표, 탈곡기 직접 구매
적은 양도 판로 걱정 없이 만들어

지난해 6월 ‘이달의 임업인’ 선정
치유농장 통해 ‘마음 채움’도 꿈꿔

산림청 소속 국유림관리소는 ‘국유림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촌 주민들과 국유림을 보호하기 위한 협약을 맺는다. 주민들은 연간 60일 이상 산불 예방활동, 산림병해충 예찰활동 등 국유림 보호활동을 한다. 주민들은 국유림관리소에 무상양여를 신청하고, 국유림 보호활동 이행 실적을 확인한 후 국유림관리소는 무상양여를 승인한다. 주민들은 송이·잣·수액·산나물 등 임산물을 채취한다. 이 수익의 10%를 국가에 내고, 나머지 90%를 주민들이 갖는다. 이는 ‘국유임산물 무상양여 제도’로 산촌 주민들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유임산물 무상양여로 얻은 주민소득은 2018년 43억원에서, 2019년 56억원, 2020년 59억원, 2021년 61억원, 2022년 65억원 등 매년 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 화동길(상걸리) 마을주민들도 오랫동안 산림청과 국유림 보호협약을 맺고, 잣을 수확해왔다. 주 수입원 중에 하나가 잣이었다. 이런 잣에 마을주민들이 관심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있었다. 김은실 농업회사법인 하늘비 대표가 이곳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산에서 수확한 잣 송아리 포대들.
산에서 수확한 잣 송아리 포대들.

하늘비가 있는 상걸리 마을은 춘천에선 느랏재 고개를, 홍천에선 가락재 고개를 넘어야 발을 들일 수 있다. 해발도 400m가 넘는 듯하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촌 중에 산촌이다. 상걸리 마을은 김은실 대표 남편의 고향. 남편 박문수 씨는 2006년부터 고향에서 가업이었던 토종벌 농사를 시작했다. 농장 이름이 ‘하늘비’인 것도 벌(Bee) 때문이다. 토종벌을 키우면서 박문수 씨는 마을주민들과 함께 국유림 보호협약을 통해 잣나무숲에서 잣도 채취했다. 그러다 김은실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고, 2016년 김은실 대표는 남편 박문수 씨의 권유로 마을에서 처음 잣 송아리를 땄다.

잣 송아리는 수확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잣’을 만들기 위해선 잣 송아리를 탈곡해 딱딱한 피잣을 분리하고, 이를 다시 탈각한 다음, 세척과 건조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은실 대표는 잣 탈곡을 직접 하겠다며, 탈곡기를 구매했다. 하늘비가 마을 주민과 잣을 통해 상생하게 된 계기다.
 

잣 송아리.
잣 송아리.

김은실 대표는 “잣 송아리 수확량이 많으면 외지에서 수매하러 오지만 그렇지 않을 땐 마을 주민들 직접 팔러 다녀야 했다”면서 “잣 탈곡 기계가 생기면서 마을 주민들이 하늘비로 잣 송아리를 가지고 오게 됐고, 잣 송아리 무게가 10kg가 됐든 5kg가 됐든 마을 주민들이 판로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조금씩이라도 하늘비에서 수매를 했다”고 말했다.

하늘비는 수매한 물량 중 일부만 판매하고 있다. 처음엔 세척과 건조도 김은실 대표가 했다. 그렇다보니 힘에 부쳤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부담이었다. 그래서 이젠 피잣으로 대부분 납품하고 있다. 이젠 차별화로 수익성을 높여보자는 판단과 함께, 김은실 대표는 잣과 토종꿀을 조합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다.
 

하늘비 잣 상품.
하늘비 잣 상품.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김은실 대표는 지난해 6월 산림청 ‘이달의 임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산림청은 ‘잣을 채취해 수요처에 판매하는 수동적인 판매방식을 개선해,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잣을 직접 수매해 가공하고, 안정적인 판로를 개척하는 등 마을 주민의 지속적인 매출 상승을 주도해 지역 발전에 앞장섰다’고 평가했다. 김은실 대표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곳에 정착하며 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달의 임업인’을 받게 된 영광을 마을 주민들의 몫으로 돌렸다.

김은실 대표는 최근 임야를 구입했다. ‘산에서 재미있게 노는 꿈’을 위해서다. 올해 산양삼 식재를 위한 생산신고도 마무리했고, 교육농장과 치유농장 교육도 받을 예정이다. 산림청이 발급하는 숲해설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열지 못했던 체험장도 곧 시작해 볼 생각이다. 김은실 대표는 “국유림 보호협약으로 ‘잣’이 주민들의 소득을 얻게 해줬다면, 우리 산에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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