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일 아침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을 찾아 과일 및 채소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2일 아침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을 찾아 과일 및 채소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수입과일 풀리는 4~5월
제철 과일 출하시점 맞물려
가격 하락요인 작용 불보듯
국산 생산기반 위축 우려


수입과일 할당관세 품목 확대와 더불어 오렌지·바나나 직수입을 추진하는 등 과일 수입을 늘려 사과·배 등 일부 품목의 공급 부족을 대체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봄철 과일 출하를 준비하는 산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5월 참외, 토마토, 수박 등 제철 과일의 본격 출하와 맞물려 국산 과일의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과일 전반의 수급 불안정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얘기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7일 세종시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사과·배 등은 국내 공급이 부족한 품목에 대해서는 수요 분산 차원에서 대체과일의 해외 도입을 확대하겠다”며 “과일류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확대하고, 상반기 물량이 신속히 유통될 수 있도록 업체별 수입 실적 인센티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할당관세는 기존 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자몽·망고·아보카도 등 6개 품목에 더해 열대과일인 만다린(관세율 50→10%, 500톤), 두리안(관세율 45→5%, 1300톤), 파일애플주스(50→10%, 수입전량)까지 3종을 신규 추가 확대한다. 특히 오렌지와 바나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직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산지와 농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설 특수(2월 중순) 이후 봄철 과일이 나오기 직전인 지금 시점은 사과·배 수요가 많지 않은 시기인 데다 연중으로 볼 때 과일 공급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기로, 예년과 마찬가지로 기후 여건이 좋아지면 4월 수급 상황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4월 10일 ‘총선’이라는 국가적 정치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최근 일조량 부족 등으로 참외, 수박, 토마토 등이 생산 차질을 빚는 변수까지 더해져 ‘과일(농산물)’이 ‘물가 주범’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과일 수입 확대 방안이 득보다 실이 많은 미봉책이라는 불만이 산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수입 과일이 국내에 풀리는 4~5월에는 참외, 수박, 토마토 등 제철 과일이 본격 출하되는데,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국산 과일 수요 감소, 농가 경영 악화 등 중장기적으로 과일 생산 기반을 더욱 흔드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강도수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 회장(성주 월항농협 조합장)은 “할당관세 적용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열대 과일들이 4~5월 들어오면 이 시기 출하가 한창인 참외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현재 참외 도매가격은 일조량 부족으로 불량과가 많고 정상물량이 적어 가격이 높은 ‘가수요’인 상황으로, 앞으로 출하는 점점 회복될 예정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간 가격 안정을 위한 수입 추진은 결국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출하 시점이 비슷한 수박, 토마토는 물론 연이어 출하되는 복숭아, 자두 품목도 연쇄적인 피해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이 부추기며 확산되고 있는 ‘사과 수입 허용’ 논란을 바라보는 사과 산지의 우려도 상당하다.

한국사과연합회와 한국과수농협연합회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과일값 급등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오도하고 검역을 완화해 사과 수입을 공론화하려는 일부의 의견은 20만 과수 농업인은 생존권을 위협하고 과수 농가를 벼랑 끝으로 모는 처사”라며 “물가 안정을 위해 검역을 완화하자는 논리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다뤄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사과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과학적 절차를 밟지 않고 검역이 완화됐을 때 팬데믹을 불러온 ‘코로나19’처럼 원인 모를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 백신이나 방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때는 일부 언론이 바라는 대로 100% 수입을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고, 세계적인 기후위기 속에서 지금보다 더 비싼 사과를 수입해 먹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수입에 의존한 단기 물가 정책은 국내 농업 생산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할당관세 및 직수입 등 수입 확대를 위한 지원 예산을 국산 농산물 할인 지원을 더욱 확대하는 데 배정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일부 언론에서 과대 부각하고 있는 ‘애그리플레이션’ 등을 비롯해 농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일 수 있는 소비 교육·홍보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농산물소비할인쿠폰’과 수입과일 등을 통한 대형마트(소비지) 중심의 가격 안정 정책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정책 수혜가 대형마트 쪽에 너무 쏠려있다는 인상도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이상기후 대응 및 재해 피해 대책 등의 생산 기반에 대한 중장기 차원의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송미령 장관은 이날 아침 가락시장에서 열린 사과 경매 현장을 지켜본 뒤 도매시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송미령 장관은 이날 아침 가락시장에서 열린 사과 경매 현장을 지켜본 뒤 도매시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한편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12일 아침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과일과 배추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들에게 원활한 농산물 유통 노력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송미령 장관은 “3월 6일부터 비상수급안정대책반을 가동해 농산물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납품단가 지원을 비롯해 ‘과수생육관리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산지 생산 기반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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