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 점검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전남 해남군 화원면 산호리의 배추밭에서 막바지 겨울배추 수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날 수확한 배추는 5톤 트럭 2대 물량(약 20톤)으로, 전량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출하가 이뤄졌다.
전남 해남군 화원면 산호리의 배추밭에서 막바지 겨울배추 수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날 수확한 배추는 5톤 트럭 2대 물량(약 20톤)으로, 전량 가락동 도매시장으로 출하가 이뤄졌다.

전남 해남·진도 등 겨울배추 주산지의 수확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 됐다. 하지만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황에 산지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2월 들어 연일 비가 내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겨울배추 밭에도 영향을 주면서 수확에 차질이 발생한데다, 저장배추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까지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아청과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저장배추 전수조사에 일부 동행해 산지 상황을 살폈다.

여름에 보이던 꿀통배추 발생
수분 많은 배추 저장에 부적합
줄기 까맣게 변하는 냉병 걱정도

저장물량 감소·조기 출하에
4~5월 물량공백 수급차질 우려
재배면적 줄고 생산량도 감소 
4월 중순 이후 가격 급등 전망


▲산지 분위기는=이달 초, 전남 해남군 겨울배추 산지에서 만난 출하자들의 얼굴에는 수확을 끝낸 시원함보다 아쉬움이 역력했다. 걱정했던 겨울철 한파 피해는 무사히 넘겼지만 2월 들어 예상치 않게 자주 내린 비가 배추 생육에 악영향을 미쳐서다. 또 비로 인해 수확 작업을 못한 사이 애써 키운 배추가 망가지는 것을 바라봐야 했던 안타까움도 서려 있었다.

해남군 화원면 산호리 포전에서 만난 산지유통인 이수영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수영 씨는 강원도와 해남 배추 산지에서 45년째 배추를 출하하고 있는 산지유통인으로, 올해는 산호리를 포함, 해남군 일대 3만1680㎡(약 9600평) 규모의 겨울배추 포전을 계약했다. 이수영 씨는 “올해는 겨울치고는 기온이 높은 상황에서 비가 많이 내려 수확기에 배추 품질이 많이 손상됐고, 주로 여름배추에서 많이 보이는 ‘꿀통’ 배추가 발생하기도 했다”라며 “지난해에는 같은 면적에서 5톤 트럭 35대(1대당 배추 10톤 적재) 분을 수확했는데, 올해는 25대 정도밖에 수확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보통 토양이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과습한 경우 속이 썩는 ‘꿀통’ 배추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잦은 비는 겨울배추의 저장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 할 수 있어 산지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겨울배추는 도매시장 등으로 바로 출하하기도 하지만, 많은 양을 봄배추가 나오기 전인 4~5월 공급을 위해 저장하는데, 저장배추는 특히나 품질이 중요하다. 이수영 씨는 “배추에 수분이 많으면 저장했을 때 품질이 빠르게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내 포전엔 저장에 적합하지 않은 배추가 많아 수확 후 바로 도매시장으로 출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저장배추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는 도매시장으로 조기 출하된 배추에서 실제 확인됐다. 비가 내려 수확이 지연되고, 출하량이 줄면서 먼저 저장에 들어갔던 저장배추 일부가 시장으로 나왔는데, 청잎 상태에 있는 배추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이번 저장배추 전수조사를 주도한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1팀장의 설명이다. 오현석 팀장은 “저장성 좋은 배추는 겉을 감싸는 청잎이 붙어있지만 가락시장으로 조기출하 한 저장배추를 보면 청잎 상태인 것이 별로 안 된다”라며 “그보다 저장배추는 줄기가 까맣게 변하는 ‘냉병’이 제일 무서운데, 냉병이 오지는 않을지 다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산지유통인들은 저장 물량 감소와 조기 출하, 저장배추 상품성 저하로 인해 4~5월에는 물량 공백이 발생해 배추수급이 불안정해 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남에서 만난 또 다른 산지유통인인 이준식 씨는 “올해는 겨울배추 재배면적이 평년 대비 5% 정도 감소한데다, 생산량도 줄어 저장량 자체가 적었는데, 날씨 때문에 저장배추까지 조기 출하하게 됐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저장배추 상태까지 나빠지면 봄배추 출하 전엔 물량이 부족해져 4월 중순 이후 시세(10kg, 상품)가 1만5000원 이상까지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도 기상악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저장배추 조기 출하로 겨울배추 저장량은 전년과 평년보다 각각 0.6%, 0.9% 줄어든 8만5000톤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월에 이어졌던 비가 배추 저장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따라서 3월과 4월 배추 출하량이 지난해와 평년과 비교해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저장물량 7만9300톤
저장량 감소 우려 수준 아냐


저장배추 상태는 ‘양호’=대아청과에 따르면 산지유통인들과 농경연 우려와는 다르게 일부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저장배추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아청과는 지난 2월 20일 시작한 저장배추 전수조사를 3월 8일 끝마쳤는데, 이 과정에서 배추 저장창고를 직접 방문해 상품성을 확인했다. 다만, 올해 저장 물량은 총 7만9300톤으로, 농경연 전망치보다는 적은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대아청과가 지난해 전수조사 기간 파악한 물량과 비교해도 6.8% 감소한 수치다.

오현석 팀장은 “날씨 때문에 수확을 조기 마무리한 상황에서 저장 물량 출하가 빨리 시작돼 올해 배추 저장량은 평년과 전년보다 적지만, 대신 구가 크고 저장상태가 양호해 감모율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배추 저장량 감소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치공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겨울배추 물량이 많아 이를 감안하면 전체 겨울배추 물량은 평년과 비슷하다는 게 대아청과의 분석이다.

대아청과에선 이번 전수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달과 4월 배추시세(10kg, 상품)가 평년 대비 상승한 1만원대에서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얼어붙은 소비가 변수로 남아 있다. 전수 조사에 함께 참여했던 고행서 대아청과 부장은 “저장배추 상태가 양호하고, 하우스 배추도 생육 상태가 괜찮아 배추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라며 “오히려 소비 위축으로 예상보다 시세가 낮게 나올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대아청과는 이번 저장배추에 이어 저장무, 저장양배추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창고 반출량 조사도 병행해 보다 정확한 산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해남=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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