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흙의 날’ 심포지엄
김태연 교수 주제발표서 강조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EU, 2007년 농정개혁 통해
농업예산 30% 환경정책 배정
유기농지 비중 10년간 75%↑

우리와 농업환경정책 갭 차이 커
환경보전 기여 농업인 활동 지원
화학비·농약 등 저투입 장려해야 

“(농업환경보전 측면에서 보면) 한국 농정은 세계의 농정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농업환경정책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건강한 지구, 토양연구의 미래’를 주제로 11일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제9회 대한민국 흙의 날 심포지엄에서 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는 이 같이 주장했다.

김태연 교수는 ‘지속가능한 토양관리를 위한 친환경농업정책’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2000년대 들어오면서 환경보전을 위한 농업지원정책이 농정의 핵심 분야로 부상했다”며 “EU는 2000년부터 농업환경정책을 모든 회원국이 수행해야 하는 정책으로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EU는 2007년 농정개혁에서 ‘환경보호+토지관리’를 정책의 제2축으로 강조했고 전체 농업예산의 30%를 농업환경정책에 배정했다. 이에 따라 EU 전체 농지에서 유기농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7.2%로 증가했다. 이는 2008년 이후 10년 동안 75% 증가한 수치다.

반면, 한국 농정은 친환경농업 관련 지원제도는 확대했지만 환경보전을 지향하는 제도 도입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김태연 교수는 “GAP 등 환경보전 보다는 식품 안전에 중점을 두는 제도를 도입했다. 즉, 농업의 환경보전 효과를 강화하는 제도 도입이 지체됐다”며 “여전히 농가 소득과 농산물 가격 관련 연구는 많지만 농업 환경보전 관련 연구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탄소중립 정책이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환경보전을 지향하는 농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지만 국내 농정은 환경지향성과 유기농업 강화 정책에서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고 그는 지적하고 있다.

김태연 교수는 “EU에서는 농업의 생산 활동 결과로 나타나는 환경을 농업환경이라고 설명한다. 즉, 농업 생산 활동을 통해 곤충 다양성, 종의 다양성, 수질 등이 좋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곤충 보전 같은 활동이 없다. 우리와 EU 간 농업환경정책의 갭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환경보전 측면에서) 한국 농정은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하면 90년대 말 수준이다. 세계의 농정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생태계와 토양, 수질 등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농정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그는 농업환경정책의 전면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태연 교수는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농업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며 “화학비료와 농약, 유기물을 저투입하는 장려 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생산량 저감에 대한 보상을 도입해야 한다. 또 농촌 지하수 등 수질 보전 활동과 농지와 농수로 등 농촌지역 생태계를 보전하는 농업 활동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농업 정책과 관련해서 그는 “저소득층도 친환경 농산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친환경 농가 소득을 일정 수준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친환경 농업의 환경성과 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한 연구 개발과 투자를 강화하고 전문 연구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영호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그동안 농업환경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정책)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토양 관리와 생태 보전 등 여러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고 내년부터 공익직불제의 한 프로그램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환경 보전과 개선 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때 지도해줄 전문가, 참여 농가 등이 어느 정도 있을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고 답변했다.

또 “정부 정책이 국토 전체와 생태계를 건강하게 한다는 확장된 측면에서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진다면 정부가 예산을 확보하고 정책을 입안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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