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차례 사료가격 인하
농가 절감효과 1400억 달해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생산자단체의 배합사료가격 인하 요구에 대해 농협사료가 '인하요인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내리고, 인상요인이 발생한 때는 가장 늦게'라는 농협사료의 가격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사진은 농협사료 전북지사 전경.
생산자단체의 배합사료가격 인하 요구에 대해 농협사료가 '인하요인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내리고, 인상요인이 발생한 때는 가장 늦게'라는 농협사료의 가격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사진은 농협사료 전북지사 전경.

당선 일성으로 ‘사료가격 인하’를 내걸었던 민경천 제11대 전국한우협회장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경제지주 등에 사료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3차례 사료가격을 인하했던 농협사료가 2023년도에만 1400억원 가량의 농가 사료비 절감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하면서 향후에도 ‘인하요인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가격을 내리고, 인상요인이 발생한 때는 가장 늦게'라는 기존 가격정책을 추진해 축산농가의 실익제고에 이바지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민경천 한우협회장 인하 촉구농식품부에 적극 노력 주문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민경천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농업인 단체장 간 간담회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정부의 한우 소비 목표 설정 및 사료가격 인하 관리를 요청하는 한편, 6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청사를 방문해 재차 사료가격  인하 등 한우산업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당부했다.

전국한우협회는 또 7일 양재동 소재 농협하나로 양재점에서 열린 ‘소(牛)프라이즈 2024 대한민국 한우세일’기념식에 민경천 회장이 참석해 이를 재차 송미령 장관에게 요청했고, 송 장관은 동석한 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이사에게 농협사료 가격 인하를 요청하면서 농협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농협사료 ‘배합사료 점유율’, 지역조합 생산 물량 합하면 30% 넘어

이처럼 한우협회가 농협사료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이유는 농협사료가 국내 한우사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배합사료 시장에서 농협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18%가량으로 단일법인으로서는 단연 으뜸이다. 지역조합이 생산하는 물량까지를 포함할 경우 시장점유율은 30%가 넘고, 주력이 축우용 사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협사료가 가격을 내릴 경우 가장 큰 가격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조합원→지역조합→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협사료’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도 배합사료 가격 인하를 요구할 때 농협사료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조합원이 근본이 되는 인적·출자구조 속에서 ‘조합원인 축산농가가 손실을 보는데 사업소가 수익을 내서 되겠느냐’는 협동조합 기본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협동조합법을 관장하고 있고, 농협이 각종 정부 정책사업의 파트너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된다. 특히 배합사료 가격인하와 관련해 그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사료의 가격인하가 민간사료업체의 사료가격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농협사료에 ‘선제적 가격 인하’를 요청해 왔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나서서 민간사료업체의 배합사료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일 소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되는데,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가 가격인하를 요청할 수 있는 곳이 농협사료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제적 인하 효과는“구매자금 저리 지원도 중요”

농협사료의 배합사료 가격 인하가 민간사료업체의 가격인하로 이어질까? 이에 대해 복수의 축산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은 “농협사료의 가격인하가 직접적으로 민간사료업체의 가격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 관계자들은 “과거 농협사료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적으로 가격을 내린다고 밝히면 민간사료에서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kg당 얼마를 인하한다’고 밝히곤 했었지만 이게 없어진지 오래됐다”면서 “또 현금거래냐 여신거래냐, 그리고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여신거래를 하는 지 등 거래방법에 따라 실제 농가가 지불해야 하는 kg당 사료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배합사료 가격을 내리는 것만큼이나 이 같은 여신거래에서 농가가 벗어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 사료구매자금을 더 낮은 이율에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전체 축종 중 유일하게 생산자단체인 협회가 사료를 공급하고 있는 전국한우협회는 OEM방식으로 협회전용사료인 ‘대한한우’를 제조해 판매하면서 환율과 곡물가 변동분을 반영해 매월 1일 기준가격을 변동하고 있다. 육성우 기준 3월 ‘대한한우’ 가격은 포대당 1만725원으로 근년 가장 높았던 2022년 8~9월 1만2500원에 비해 14%가량 떨어졌다. 

전국한우협회는 협회 OEM사료에 대해 “원재료 가격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매월 사료가격을 변동하면서 요인이 있을 때 인하를 유도하는 한편, 일반 사료회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인하요인 발생 시 제일 먼저, 인상요인 발생 땐 가장 늦게’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누적기준 14%가량 배합사료 가격을 인하한 바 있는 농협사료는 선제적 가격인하가 민간사료업계의 가격인하로 이어지든 그렇지 않든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인하 요인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인상요인이 발생해도 가장 늦게’라는 가격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농협사료는 최근 “농협사료 출범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국내 배합사료 시장을 선도하는 한편, 선제적인 가격인하와 서비스 개선으로 축산농가의 경영안정에 기여해 왔다”면서 “지난해 각종 전염병 발생과 축산물 가격 하락, 수입 쇠고기 증가 등으로 축산농가의 어려움이 점점 가중된 상황에서 농협사료는 고강도 원가 및 비용 절감, 원료 구매 경쟁력 등 축산농가의 힘이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 왔다”고 밝혔다.

농협사료는 이어 “특히 작년 국제 곡물 가격 하락과 환율의 안정세를 신속히 반영해 3차례에 걸쳐 포대당 1625원의 사료가격을 선제적으로 인하했다”면서 “이로 인해 2023년 기준 축산농가 실익을 1400억원 이상 사료비 절감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농협사료는 “향후에도 ‘인하요인 발생 시 가장 먼저, 인상요인 발생 시 가장 늦게’라는 농협사료 가격정책으로 축산농가의 실익제고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수 농협사료 대표이사는“사육두수 감소 전망, 경기침체 지속, 축산물 가격회복 부진 등 대외여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생산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가격의 안정과 양질의 사료 공급은 물론 축산물가격 회복, 수급안정, 농가 서비스 지원 등 농협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결해 지속가능한 미래축산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국제곡물가격은?

주요 곡물 수입단가(달러/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

한편, 사료용 국제곡물가격은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주요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톤당 337달러까지 올랐던 사료용 옥수수 수입단가는 올 2월 259달러로 23%가량 하락했고, 지난 해 8월 톤당 583달러까지 올랐던 대두박 수입단가는 지난 2월 533달러로 8.6%가량 떨어졌다.

이에 따른 2월 수입사료 가격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2.9% 하락한 146.5를 나타냈으며, 이는 대미 환율은 4.8% 상승했으나 옥수수와 및 박류 수입단가가 하락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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