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시범사업 ‘반입량·시세’ 영향은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건물 앞에 3월 가락시장 시범휴업 일정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설치된 모습.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건물 앞에 3월 가락시장 시범휴업 일정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설치된 모습.

서울 가락시장에서 추진한 ‘주5일제’ 시범사업이 3월 2일 3차 시행을 끝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 시범 휴장일 전후로 주요 농산물의 반입량 증가 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는 일부 품목에서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거나 시세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휴장 이후 후속 여파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최근까지 3차례 추진된 시범사업 동안 출하 피해 우려를 제기했던 농산물 품목을 중심으로 ‘주5일제’ 휴장일 이전(설 연휴 여파를 감안한 2월 15~28일), 직전(2월 29일~3월 1일), 직후(3월 4일), 이후(3월 5~6일) 등으로 나눠 품목별 반입물량과 시세 추이를 살펴봤다. 
 

물량쏠림 심화수요 받쳐주지 못한 품목들 ‘재고 적체·시세 하락’ 요인으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제공하는 가락시장 반입 및 가격 정보에 따르면 무, 대파, 양파, 당근, 호박, 애호박, 오이, 참외, 딸기, 토마토 등 주요 품목의 휴장일(토요일) 직전(목·금요일)과 직후(월요일) 반입량이 이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토요일’ 휴장으로 이틀 연속 경매가 진행되지 않은 시범사업에서 월·금 반입량 증가 추이는 앞선 1·2차 시범사업도 비슷했는데, 이번의 경우 시범 휴장일 직전과 직후에 출하 물량이 집중되는 ‘물량 쏠림’ 현상이 일부 품목에서 심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3월 들어 출하 물량이 조금씩 증가하는 품목이 많아지는 데다, 2월 중하순 날씨 영향으로 출하 차질을 빚었던 산지 물량이 출하되면서 더욱 두드러진 모습이다. 소비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 품목의 경우 재고 적체, 시세 하락 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일평균 반입량 대비 휴장일 직전 67%·직후 126% 솟구쳐시세 30% 하락

대표적인 품목이 무인데, 시범 휴장일이 가까워지면서 반입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월 15~28일(거래일수 12일) 반입량은 일평균 480톤 정도였는데, 2월 29일 625톤(30%↑), 3월 1일 803톤(67%↑)까지 증가했고, 휴장일 직후인 3월 4일에는 1085톤으로 2배 이상(126%↑) 솟구쳤다. 직전 월요일(2월 26일 311톤)과는 더 차이가 벌어진다.

시세 역시 반입량 증가에 따른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무 도매가격은 3월 2일 1만4900원대(20㎏·상품 기준)였는데, 반입량 증가 이후 4일 1만1674원, 5일 1만103원, 6일 1만87원, 7일 1만490원으로 30% 정도 하락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 경매사는 “무 반입량이 휴장일 전후로 크게 증가했는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시범사업 영향이 어느 정도 있었겠지만, 2월 중하순 제주 산지에서 비가 지속되면서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 이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게 된 측면이 크다”면서 “휴장 이후 출하 물량이 몰리다 보니 중도매인 심리도 구매보다는 지켜보자는 분위기여서 물량 소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가 가라앉은 품목은 휴장을 통해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한편 이후 반입물량이 크게 증가할 경우 그 여파를 상당 기간 부담으로 안고 가야 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했다. 
 

일평균 15톤 반입되던 참외, 휴장 직후 78톤으로 쑥당근·오이도 비슷한 추이

3월 들어 출하 물량이 증가하는 참외 역시 휴장일 전후 반입량이 이전 대비 폭증했다. 2월 15~28일 일평균 반입량은 15톤 정도였는데, 3월 1일 42톤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3월 4일에는 78톤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5일(69톤)과 6일(52톤)에도 반입량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참외 도매시세는 예년 대비 강세를 띠고 있는데, 반입량이 크게 늘어난 3월 4일부터 전주 시세보다 20~30% 하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근도 휴장일 이전 일평균 149톤 반입량보다 휴장일 직전인 2월 29일 200톤·3월 1일 241톤·4일 259톤·5일 217톤·6일 223톤으로 각각 34%·62%·74%·46%·50% 많이 들어왔다. 

최근 일조량 부족 등으로 작황 부진을 겪고 있는 오이 역시 반입량 추이는 비슷한 양상이다. 휴장일 이전인 2월 15~28일 일평균 반입량은 144톤 정도였는데, 3월 1일 184톤에 이어 4일 320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직전 월요일인 2월 26일 186톤보다도 72% 늘었다.
 

수요 흐름 양호하던 딸기, 물량쏠림에 시세 꺾여대파 도매가격도 하락

딸기는 휴장일 직전 3월 1일 반입량이 247톤으로 올라 이전 일평균 반입량 146톤보다 69% 늘었다. 휴장일 이후에도 4일 204톤, 5일 179톤으로 반입량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다른 품목에 비해 비교적 수요 흐름이 양호한 상황에서 반입량이 급증한 1일과 4일 시세(2㎏·상품 기준)는 각각 2만6000원, 2만3000원대로, 전주 시세 2만7000~2만8000원보다 떨어졌다.

대파는 휴장일 직전(3월 1일) 497톤, 직후(4일) 544톤까지 증가해 2월 15~28일 일평균 반입량 343톤 대비 각각 45%, 59% 증가했다. 대파 도매시세는 4일 3001원(1㎏·상품 기준)으로 전주 대비 하락한 데 이어 5~7일 28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시범휴장일 전후 물량 증가로 시세 흐름은 약보합세로 전환된 모습이다.
 

양파 반입량 최대 38%·애호박 110%·호박 85%·토마토 45% 증가

양파는 휴장일 직전(2월 29일 819톤, 3월 1일 893톤) 반입량이 크게 몰렸고, 4일에는 917톤으로 이전(일평균 반입량 664톤)보다 최대 38% 증가했다. 직전 월요일(748톤)에 비해서는 23% 늘었다.

애호박은 1일 119톤·4일 164톤으로, 이전(일평균 반입량 78톤) 대비 각각 53%, 110% 증가했다. 2월 15~28일까지 호박의 일평균 반입량은 144톤이었는데, 3월 1일 176톤·4일 265톤·5일과 6일 174톤으로, 휴장일 직후 85%까지 증가했다. 토마토도 3월 1일 178톤·3월 4일 168톤으로, 앞선 월요일(2월 19일 148톤, 2월 26일 116톤) 대비 작게는 14%, 많게는 45% 늘었다.

한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3차 시범사업 시행과 관련해 정가·수의 거래에서 딸기의 경우 전주 물량 대비 10% 증가하는 등 지난해 1·2차 시범사업보다 개선된 실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서경남 공사 유통혁신팀장은 “이번 시범사업의 경우 산지 물량이 예상보다 많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가수의 거래가 어느 정도 작동됐다는 점이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 “3차례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보완점과 개선 방향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3차 시범사업에서 출하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봤던 몇몇 산지에서 일조량 부족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자 자체적으로 출하 조절을 하는 등 집중 출하 피해에 대비한 산지의 자구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3월 들어 학교 개학(급식), 봄철 행사·나들이 증가 등 전반적인 수요 흐름이 1·2차 시범사업 때보다는 나아진 분위기가 감지되는 등 단순 반입량 증가에 따른 시세 변화를 한눈에 파악하기 쉽지 않아 향후 시범휴장(주5일제) 영향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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