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논설위원·농축산전문기자

농촌현장을 취재를 하다보면 농가 거실에서 특이한 공통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식탁위에 항상 약봉지가 가득 놓여있다는 점이다. 고된 농작업과 농촌 고령화로 많은 농민들이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약을 드시냐고 물어보면 “농작업을 하다보면 허리가 아파서 허리약, 나이들어 소화가 약해 소화약, 혈압이 높아 혈압약, 몸 전체적으로 관절이 안좋아 관절약, 피가 탁해 혈전약, 눈이 침침해 눈 건강약, 당뇨가 있어서 당뇨약 등을 먹어야 한다”며 “약 가지 수가 많은 것은 알지만 증상별로 6~7가지 약을 모두 먹어야 그나마 몸이 조금 나아진 기분이 든다”고 한숨부터 내쉰다.

최근 이러한 농업현장의 농업인이나 고령층 약복용 상황에 대한 체계적 연구결과는 충격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젊은 노년층 33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개 이상 약물 복용자가 매년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66세의 35.4%인 약 16만 명이 5가지이상 약물을 90일 이상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지난 2012년 32% 약 8만명 수준에서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10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비율도 8.8%에 달할 정도로 약물남용사태는 심각하다.

문제는 과다 약물복용은 생리적 노화현상, 약물 간 상호작용, 약물과 질병의 상호작용 등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몸이 건강해 지려고 먹는 약이 오히려 건강에 위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약에는 어떤 식이든 몸에 부작용이 있다.

실제로 부적절한 약물을 사용한 66세 인구 65만 명을 5년간 추적해 관찰한 결과 사망위험성은 25%나 증가했고 장애 3등급 이상의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가능성도 46%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적절 약물 사용이 2가지 이하일 경우 장애위험이 31%증가한 반면 3종 이상 부적절 약물을 복용한 경우 무려 81%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돼 부적절한 약물사용이 늘수록 장애위험성도 커지는 결과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66세 젊은 노인들 중 상당수가 2~5가지 이상 약을 먹거나 전문 의사 진단이 아닌 자가진단으로 부적절한 약을 복용하는데 이 경우 사망위험을 높이거나 높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이러한 현상 발생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농업인들의 약에 대한 무한정한 신뢰다. 이로인해 약물만능주의를 낳아 결과적으로 농업인들의 약물 오남용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일부 병원이나 약국들이 환자들에게 필요이상의 많은 약을 처방하거나 판매하려는 일부의 영업방식도 개선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제약회사들이 병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자사 약품 사용을 댓가로 막대한 비공식적 리베이트자금을 지원하는 음성적 거래도 오래된 문제로 지적된다.

농촌에서 고령화에 따른 농업인들의 과다 약물복용이나 부적절한 약물사용은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요인이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문제를 개개인의 약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수립이나 올바른 약물사용에 대한 홍보확대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방안이 서둘러 시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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