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농업용 드론으로 비료를 살포하고 있다.(사진=한국농어민신문DB)
농업용 드론으로 비료를 살포하고 있다.(사진=한국농어민신문DB)

농업·농촌 고령화에 따른 농업 인력난 해소와 농작업 효율성 증대를 위해 제주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농가를 대상으로 농업용 드론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드론 운용을 위한 정기안전성검사 등이 드론 제조사 및 수입업체 배불리기 용도로 활용되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농업 인력난 해소와 농작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농업용 트렉터, 드론 등의 구입비를 지원하는 ‘밭작물 중형 농기계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농업용 드론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억1200만원이 투입돼 74대에 대한 구입비 지원이 이뤄졌으며, 올해도 6억3300만원을 투입해 19대의 드론 구입비를 농가에 지원할 계획이다.

농업용 드론은 농가 인수 초기 초도 검사 이후 항공안전법에 따라 2년마다 정기안전성인증 검사를 받아야 한다. 
 

2년마다 필수인 ‘정기검사’ 지정기관 전국에 한 곳검사비 100만원 받는 지역도

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불합격 판정을 받은 드론을 운용을 할 경우 과태료 처분이 내려져 농가는 2년마다 인증 검사를 받아야만 드론을 지속적으로 밭농사에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드론 인증 검사 비용과 검사 지정기관이 전국에 한 곳 밖에 없다는 점이다. 

농업용 드론을 운용하는 A씨는 최근 인증 검사와 관련해 대행업체로부터 85만원의 검사 비용이 소요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는 인증 검사비와 항공안전기술원 등 출장비로 검사에 따른 부품 교체 비용 등은 제외된 금액이다. 

A씨는 “자동차 정기검사비용도 10만원 이내에서 이뤄진다”며 “2년마다 이뤄지는 농업용 드론 정기인증 검사 비용이 85만원이란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드론 인증검사 비용이 제주 안에서도 다른 지역은 40만원, 어느 지역은 100만원까지 받는다는 얘기도 있다”며 “검사 비용이 지역마다 다른 것은 대행업체들이 농가를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드론에 대한 인증 검사 지정기관은 항공안전기술원뿐이며, 항공안전법과 초경량비행장치 안전성인증 업무 운영세칙 및 기술원 규정에 따라 드론에 대한 정기안전성인증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항공안전기술원 관계자는 “드론 인증 검사는 기술원 외 지정 기관이 없는 상황”이라며 “드론 인증 검사 비용은 항공안전법과 기술원 규정에 따라 책정돼 인증 법정 수수료 및 출장 여비만 기술원이 징수하고 있어 업체의 다른 비용 요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안전기술원은 드론 정기안전성인증 검사를 위한 출장 시 인증 법정 수수료 16만5000원과 여비규정에 따른 출장비를 신청자에게 받고 있는 상황이며, 제주의 경우 인증 수수료와 여비규정에 따른 출장비 합산 시 약 30만원 내외의 비용이 소요된다.
 

제조·수입사 인증과정에 개입, 세척료·대행료 등 요구‘농가 부담’ 해결책 시급

드론 인증검사 비용 대행업체 폭리 주장에 대해 대행업체는 제조사와 수입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행업체 대표 B씨는 “인증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서류를 기술원에 제출해야 한다”며 “농가들에게는 어려워 업체들이 대행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인증 검사를 위해서는 드론 제조사 또는 수입사에서 제공하는 초도 안전성검사서, 표준검사서, 정비 및 검사 매뉴얼 등이 필요하지만, 제조사 또는 수입사가 이를 쉽게 제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증과정에 개입해 기계세척료, 대행료 등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B씨는 “기술원에서도 제조사 또는 수입사가 인정하는 정비업체의 정비를 받지 않으면 인증 검사를 받아주지 않아 제조사 또는 수입사가 인증과정에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기술원 인증검사 비용은 25만원 수준이지만, 나머지 비용은 드론 제조사 또는 수입사에 지급되는 구조”라고 얘기했다.

B씨는 “기술원에서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알고 있지만 개선하지 않고 있다”며 “농가들이 기술원 인증 검사 비용 외에 제조사 및 수입사의 이익까지 챙겨줘야 하는 현 구조에서는 인증 검사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조사 또는 수입사가 표준검사서를 비롯해 정비·검사 매뉴얼, 초도안전성검사서 등을 기술원에 의무 제출하도록 해 인증 과정 개입을 막고, 드론 검사 지정기관을 확대해야 드론 인증 검사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항공안전기술원 관계자는 “규정에 의거해 인증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드론 정기안전성인증 검사 신청자가 제조사 등에서 마련한 정비·검사 매뉴얼을 바탕으로 제조사 등이 인정한 업체에서 정비를 받은 경우에 한해 기술원에서 인증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병철 한농연제주도연합회장은 “농업용 드론 1기당 100만원에 달하는 인증 비용은 농가에 있어 큰 부담”이라며 “이는 제도적 허점과 인증기관의 안일한 태도로 인한 구조적 농가 착취”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용 드론 정기안전성인증 검사를 통한 드론 제조사와 수입사의 농가 착취를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행정적 지도·관리가 필요하다”며 “개선 작업이 이뤄져야만 농가들이 계속해서 인력난 해소와 농작업 효율화를 위해 드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 농림업 공공기관 보유 드론 81.3%, 농업용 드론 융자지원액의 84.5%가 중국산 드론 구입에 지원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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