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양적 성장은 정체돼 있지만 질적으론 성장하고 있다.” 국내 친환경농업을 진단할 때면 주로 나오던 정부의 표현이다.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는 줄고 있더라도, 유기 농가는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합성농약을 살포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은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3분의 1만 쓰는 무농약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표현도 사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근 친환경농업 규모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모두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2월 나온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2023년도 유기식품 등 인증통계’를 보면 지난해 친환경 농가와 면적은 4만9520가구·6만9412ha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사이 2020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접어든 친환경농업이 ‘5만농가·7만ha’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특히 유기 인증 감소폭은 더 커서, 전년 대비 830여 가구·1800ha가 줄어든 2만4072가구·3만7825ha로 확인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친환경농업 감소세는 2021년부터 두드러진다. 정부가 2021년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통해 친환경농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은 되레 뒷걸음질 중이다. 2020년 5.2%였던 면적은 2023년 기준 4.59%로 축소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4년도 친환경농업 예산으로 전년 대비 14% 준 705억7700만원을 배정했다. 친환경농업이 2021~2023년까지 3년째 감소세에 접어든 가운데 육성 의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농업을 위한 진일보한 정책은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흘러가는 형국이다. 경기도에선 올 1월 10일 친환경 농산물 생산농가는 재해 발생 때 피해복구비를 일반 농가보다 최대 40% 더 지원받게 할 수 있는 조례를 전국 최초로 마련했다. 전남도도 전국 처음으로 난임부부에게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해남에서 열린 친환경농업인전국대회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난임 부부에게 친환경농산물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지킨 것이다. 

친환경농업이 후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판로와 제반여건 등 다양하나 결국 모든 것은 ‘소득’으로 귀결된다. 이에 대한 여건 개선은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일례로 친환경농업 직불금은 관행농가 대비 초기 소득감소분을 보전하는 것이 주요 취지지만, 2018년 이후 단가가 제자리여서 농가의 소득 감소는 물론 생산비 차액을 보전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올 초 만난 친환경 농업인의 말을 곱씹어 본다. “일은 더 하는데 연봉은 되레 깎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희망하는 사람이 많겠어요?” 

최영진 농산팀 기자 choiy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