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장

[한국농어민신문] 

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은 인류의 진화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고 한다. ‘미각의 비밀’이란 책을 보면 쓴맛은 몸에 독소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생물학적 경보시스템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상한음식이나 독초가 쓴 맛을 내기 때문에 독성이 든(즉 쓴 맛이 나는) 먹거리를 맛보았을 때 뇌에서 불쾌감을 느끼게 해서 그런 음식을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먹거리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 ‘안전’이었던 것이다. 현대인이라고 해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결코 적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식품관련 소비자 정책 중 식품안전보장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식품안전 관리를 꼽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먹거리 안전 관리의 최일선, 생산단계에서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 관리를 담당한다. 잔류농약 등 안전 위해요소를 점검해 허용기준을 초과한 농산물은 출하연기, 폐기 등의 조치를 해서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이 공급되도록 한다. 2019년부터는 허용물질목록제도(PLS) 시행으로 농약안전관리가 강화됐음에도 부적합률이 상승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는 농관원뿐만 아니라, 농업인, 지자체 등이 합심해서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안전성 분야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므로 농관원이 추진하는 정책방향이 2024년이라고 아주 크게 바뀌는 것은 없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여건, 정책수요를 감안해 강화하거나 새롭게 추진하는 부분도 있다.

농관원의 2024년 농산물안전관리 방향을 살펴보면 첫째,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부적합 상위 품목은 중점 관리하고, 명절 등 부적합 농산물 발생 취약시기 집중 관리를 위해 조사건수도 확대한다. 또한, 기온상승 등 기후변화로 위해성이 높아지는 식중독균·곰팡이 독소 등 생물학적 위해요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협업으로 밀 등 맥류 재배농가에 사전 컨설팅, 안전성조사를 통한 유해물질 유무 확인, 수확 후 관리지도 등 각 단계별로 안전관리를 지원한다.

둘째, 농산물 잔류농약 부적합 예방을 위해 부적합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집중관리를 한다. 특히 토양살충제인 ‘터부포스’, ‘포레이트’ 사용에 따른 부적합 예방을 위해 농약안전사용 홍보를 온·오프라인으로 적극 추진하고, 안전성조사 전 농가 방문,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주의사항과 대체농약 정보를 안내한다. 그리고 지자체, 농협 등과 협업해 농업인 맞춤형 교육과 홍보를 추진하는 ‘PLS 관리반’ 운영을 통해 부적합률 상위 지역에 대한 관리도 한다.

셋째, 정부 정책과 연계된 분야의 안전성 관리를 강화한다. 농산물 수출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수출통합조직과 협업으로 농산물 생산 농가에 수출국 안전성 관련 정보제공, 안전성 조사 지원, 농약 사용 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을 한다. 또한 작년 출범한 온라인 도매시장이 활성화되도록 거래 농산물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온라인 도매시장에 참여하는 각 APC와 농관원 각 지역 사무소를 1대 1로 연계해서 안전성 컨설팅, 조사 등으로 안전성 관리를 한다. 온라인 상의 거래 농산물도 모니터링으로 안전성 관리한다.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은 농관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생산자, 소비자, 지자체·유관기관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생산자들은 안전 농산물 공급이 소비자와의 약속이라는 생각으로 안전관리를 위한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들도 우리 농산물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우리 농산물을 더욱 사랑하고, 많이 소비할 때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은 높은 수준에서 관리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