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 대응 논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은 2월 26일 임시총회를 열고 가락시장 주5일제 추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시행 중인 주5일제 시범사업에 반대하는 반발 수위가 격화될 전망이다. 앞서 산지(제주·경북 성주) 기자회견에 이어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명의의 반대 성명 등 반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항의방문, 릴레이 상경집회 등 단체 행동도 현실화할 예정이다.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은 2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생명빌딩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가락시장 개장일수 축소’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시공사 항의방문·품목별 릴레이 상경집회 추진산지 출하 거부 목소리도

30여개 품목 대표자(조합장)들로 꾸려진 협의회 회장단은 이번 회의에서 주5일제 시범사업 추진 중단과 함께 앞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는 주5일제 도입 계획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산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이를 위해 개장일수 축소 도입을 추진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를 대상으로 회장단 항의방문을 비롯해 품목별 릴레이 상경집회 등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강도수 협의회 회장단 회의 의장(성주 월항농협 조합장,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장)은 “주5일제 시범사업 중 애초 4월 추진계획은 보류했고 3월 2일 예정된 시범휴업이 임박해 시기상 대응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시범사업이 끝나지만, 공사는 3회 실시한 시범사업의 영향분석을 통해 주5일제를 도입하려는 것을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주5일제 도입 등 개장일수 축소 계획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행동으로 강력하게 표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도수 의장은 “우선 회장단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항의방문을 할 예정이고, 3월 13일 참외생산자협의회 차원의 항의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품목별생산자협의회 차원에서도 릴레이 집회를 추진해 나가달라”고 촉구했다.

산지 출하 거부 등의 강경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호 춘천 신북농협 조합장은 “서울시공사가 주5일제 도입 추진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농산물 출하를 다른 지방도매시장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가락시장 개장일수 축소와 관련해 강행 움직임이 진행될 경우 서울시 조례 개정 저지를 위한 범농협 농정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개장일수 축소’ 시행과 관련해 시범사업 추진은 개설자 재량 사안이지만, 개장일수 변경은 결국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 부분으로 간단치 않은 문제다. 또 협의회는 가락시장 주5일제 운영 시 농산물 공급 차질에 따른 물가 불안 초래 등의 문제점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할 생각도 갖고 있다.
 

주5일제 시행 전에저온창고 시설 확충·정가수의거래 확대 주문

한편 회의에서는 가락시장 주5일제 도입에 앞서 개설자와 도매시장법인 등이 풀어야 할 선결 과제들도 지적됐다.

먼저 저온시설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휴장일 전후 산지 물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저온창고 시설이 필요한데, 2022년 말 기준 가락시장 청과 중도매인 1인당 저온창고 사용면적은 약 1.86㎡(0.56평)(저온저장고 2388㎡, 중도매인 1287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설자의 기반시설 마련 및 생산자 공감대 형성 후 개장일 탄력운영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정가수의 거래 확대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가락시장 거래금액 기준 정가수의 비율은 11.8%로, 정가수의와 함께 온라인거래 실적 비율이 50% 이상 도달한 이후에 주5일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도매시장 주6일제를 운영 중이며, 일본의 경우 주5일제 시범 도입한 시점(2008년)의 정가수의거래 비중은 82%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가락시장의 지속 운영을 위해 자체적인 운영개선 방안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차홍석 송탄농협 조합장은 “가락시장 설립 취지가 산지 농산물을 잘 팔아 서울시민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인데, 주5일제 근무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대중교통처럼 산업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주말에 근무하는 산업이 있는 것이다. 농업(유통)도 마찬가지”라면서 “시장 내부의 중도매인 근로 여건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서울시나 서울시공사가 예산을 들여 순환근무 인력을 강화한다든가 시설현대화 등을 통해 지금처럼 주6일 운영하는 쪽으로 가야 맞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도매시장에 미칠 파급력 측면에서도 가락시장 주5일제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김병철 신경주농협 조합장은 “가락시장 주5일제 도입은 가락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도매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 위험하다. 전국의 모든 농산물도매시장이 주5일 운영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이런 점 때문에 주5일제 도입 계획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는 ‘가락시장 주5일제 운영 시 문제점 등 영향 분석’을 위한 연구용역을 농협경제연구소에 의뢰해 △주5일 운영 시 출하 농가 피해 추정 및 보상액 산출기준 △도매시장 참여자의 근로조건 개선방안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