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배가 허기져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을 먹으려던 찰나 이물질을 발견해 음식점 주인에게 항의를 하자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음식을 주문하면서 까다롭게 구냐는 주인의 답변이 돌아왔다. 문제는 누구한테 있는 것일까? 가격이 저렴한 음식을 주문한 나인가? 아니면 음식물에 이물질을 발견하지 못한 음식점 주인 잘못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대다수는 후자의 문제라고 답을 할 것이다. 

국내 쌀가공식품 업계에도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가공용 정부양곡을 구매해 쌀가공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들이 품질 문제를 제기하자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데 왜 불만을 제기하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가공용 정부양곡의 품질 문제는 단순히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쌀가공제조업체들에 따르면 정부양곡 도정공장에서 도정한 가공용 정부양곡에 돌이나 먼지, 설치류 사체와 플라스틱 조각 등의 이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원료로 사용하면 쌀가공제품 생산·판매 시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쌀가공제조업체로부터 사람이 먹는 제품의 원재료에서 나와서는 안 될 이물질들의 종류를 듣다보니 믿을 수가 없어 현장에 직접 방문했다. 문제가 된 가공용 정부양곡을 꺼내 거름망에 넣고 흔들자 나온 작은 돌가루와 돌멩이, 그리고 시꺼멓게 변한 쌀과 플라스틱 재질의 실 등을 보니 쌀가공제조업체들이 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가공용 정부양곡을 도정하는 도정공장과 신청과 배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지자체의 태도였다. 문제가 발생한 쌀가공제조업체들이 이물질이 섞여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자 다른 곳은 문제 제기가 없었는데 왜 혼자만 그러느냐, 또는 시중 일반 쌀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가공용 정부양곡을 구매해 사용하면서 왜 불만을 제기하느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더 이상 가공용 정부양곡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정부는 8조원 규모의 국내 쌀가공산업 시장규모를 2028년까지 17조원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가공용 정부양곡의 품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가 세운 계획은 허상일 뿐이다. 지속적으로 쌀가공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온다면 소비자의 신뢰는 바닥을 칠 것이고 국내 쌀가공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부디 정부가 가공용 정부양곡의 이물질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길 바란다. 

안형준 식품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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