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물류비 늘지 않을지, 농산물에 적합 할지
질문 쏟아지지만 타 산업서 이미 검증
차별화 된 서비스 있어야만 성공 가능

최근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에 대한 여러분들의 문의를 많이 받는다. 이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도매법인이나 중도매인분들은 대부분 온라인 도매시장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가락시장보다 물류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농산물의 특성상 온라인 거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들을 들으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대부분의 산업의 온라인 유통 초기에 거의 똑같은 질문들이 쏟아졌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질문들을 했던 다른 산업분야는 어떻게 되었을까?

첫째, 타 산업 분야도 오프라인 중심 유통업자 분들이 온라인 유통을 환영한 적은 없다. 그 결과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1위의 자리를 내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오프라인 유통업자 중 이 사실을 알아도, ‘내가 다루는 상품은 특수해서 온라인은 안돼’라고 생각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세계 1위 유통기업인 월마트도 한국의 유통강자인 롯데나 신세계도 결국 온라인 유통업체에 밀리고 있다. 불과 지난 10~20년 간 일어난 일이다. 유통 전문가를 많이 보유한 대기업도 온라인 유통에 대해서는 시대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온라인 유통을 부정한 것은 오프라인 유통업자의 숙명인 것 같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분들이 유통의 주류에서 밀려났던 것이 여러 산업분야 온라인 유통의 역사였다.

둘째,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물류비가 더 든다는 것이다. 이 부분도 온라인 유통의 초기 타 산업분야도 모두 겪었던 일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 거래되기 전에는 온라인 유통이 유통비용이 더 들어간다. 슈퍼마켓에서 감귤 1박스만을 제주에서 배송받는 비용보다는 가락시장을 통해서 감귤, 사과, 배 등을 구매해서 같이 싣고 슈퍼로 가는 것이 싸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의 역사에서 검증된 사실은 온라인 유통은 항상 규모화되었고, 규모화된 이후는 오프라인보다 훨씬 저렴한 물류비 실현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 이면에는 온라인 유통 기업들의 엄청난 물류 투자가 필요했다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셋째, 품질이 다양한 농산물의 특성상 온라인 거래는 한계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1990년대 말 똑같은 질문은 많이 받았다. 그때의 타깃은 패션이었다. 입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옷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게다가 옷의 색깔도 실제로 볼때와 모니터로 볼 때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패션은 온라인 유통이 안 된다고 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온라인 매출 1등 상품군이 바로 패션이 되었다. 화장품도 인테리어 용품도 신발도 온라인 유통은 한계가 있다고 했었다. 이제 농산물도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의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소매유통의 평균 성장률은 30%에 달하며, 2023년 농축수산물 온라인 소매 거래액은 10조원(통계청, 추정)에 달한다. 이미 농축수산물 온라인 거래는 안착되었다. 도매만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에 대한 논란은 타 산업분야에서 이미 다 겪었던 일이다. 그 결과도 이미 다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업자는 ‘우리 상품군은 안돼’라며 온라인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온라인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온라인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까지는 명확하다. 오프라인 1위 유통기업들은 잃어버린 유통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도 무조건 잘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새로운 IT서비스는 ‘킬러앱’이 존재할 때 성공했었다. ‘킬러앱’이란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성공을 담보하는 기존과 차별화된 핵심 기능이다. 쿠팡은 기존 그 어떠한 유통보다 편리한 ‘로켓배송’을 제시했고, 네이버는 차별화된 ‘셀러들에 대한 지원’이 있었다. 컴퓨터가 확산된 계기는 게임과 엑셀 같은 소트프웨어였고 스마트폰 보급의 1등 공신은 카카오톡이었다. 어떤 제품을 쓸 수밖에 없도록 하는 차별화된 핵심 서비스가 존재했기에 성공했던 것이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의 차별화된 서비스는 무엇일까? 그것은 직배송으로 인한 신선함일수도, 온라인 셀러들에 대한 지원일 수도, 혹은 새로운 상품 구색의 제안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온라인 도매시장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유통이 늘 그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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