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農)과 도(都)의 경계에서

[한국농어민신문] 

자신이 매일의 삶을 살았던 작은마을 즉, 우리동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큰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일테다. 먼저 이런 관계에 있는 도시민들부터 손을 내밀어보면 어떤가

ㅣ윤요왕 전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행정안전부는 2023년 1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생활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7개 시범산정 지역을 지정했다. 일본이 인구감소 대응정책으로 새롭게 제기한 ‘관계인구’의 한국적 적용이라 할 수 있다. 2024년 올해는 89개 인구감소지역으로 확대하게 된다. 생활인구는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한 정책적 전략으로 인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한 거주 중심에서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관계 중심으로 확대한 것이다. 타지역에 살고 있는 도시민이 지역과 맺는 다양한 관계를 발굴하고 확대하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도입목적이다. 대상은 통근, 통학, 관광 등의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 국내거소신고를 한 재외동포, 관련법에 따라 등록한 외국인 등을 지역의 인구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 1월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은 지난해 실시했던 생활인구 시범지역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2023년 4∼6월 기준, 생활인구의 성별, 나이, 체류 일수 등) 대상 지역 7곳 모두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생활인구가 등록인구(주민등록·외국인등록 인구)보다 최소 3배 이상 많았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강원일보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도 실제 생활하고 있는 인구가 평균 21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강원도 주민등록인구보다 55만명 이상 많은 수치이다. 모바일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도의 생활인구는 2020년 10월말 기준 209만9730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주민등록상의 인구가 154만1836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55만7894명이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통계고 정부 정책이다. 광역시·도, 기초지자체인 시·군의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의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임을 알지만 뭔가 아쉬운 맘을 떨칠 수가 없다. 이렇게 산정된 생활인구가 우리가 소망하는 지역주민이 아니면서 지역주민으로의 정체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휴가철이 되면 농촌의 계곡과 앞 개울가에는 도시민들이 즐기고 남은 자리의 쓰레기 문제로 매년 몸살을 앓는다. 농촌이 생활에 지치고 힘든 도시민들에게 휴식처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관계성’이 결여된 휴양지, 소비처로서 인식되는 것은 반길 수 만은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소득이 전부가 아니지않은가 말이다. 

올해 사북면 주민자치위원이 되고 마을일을 들여다보면서 지역소멸을 떠나 농촌이 현재 살고 있는 우리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수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부족한 생활인프라가 더 구축되고 문화, 교육, 복지, 교통 등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는 정책도 마련되고 주민들 스스로도 재미있고 행복한 일들을 만들면 좋겠다. 여기에 더해 도시민들이 마을을, 마을주민을 보며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찾아오고 머물고 그러다 정주하는 사람들도 생기면 금상첨화겠다. 이런 생각의 한 갈래로 ‘생활인구’라는 정책이 맞물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광역시·도와 기초지자체인 시·군을 넘어 ‘읍면동의 관계주민’(관계, 생활 어떤 것도 좋다)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한다. ‘관계’가 없는 도시민의 방문이 무조건 농촌마을에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을과 주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관계를 기본으로하는 ‘관계주민’으로 전환되어야 양쪽 모두 실질적 효능감과 정책적 성과가 있을 것이다. '생활인구의 세부요건 등에 관한 규정 및 관련 법령' 두 번째 항목이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의 지역을 방문하여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이다. 오랜 고민 끝에 최소한의 규정을 만들었겠지만 이 정도의 생활인구가 지역에 마을에 현지주민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읍면의 관계주민에 대한 상상을 해 보자. 어린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출향민들, 현재 노부모님이 살고 계신 도시의 자녀들, 도시생활에 지쳐 자연에서의 쉼을 찾아온 도시민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들, 아이를 1년간 농촌유학을 보낸 도시부모와 졸업한 농촌유학출신 아이들... 규모가 큰 시·군 단위에 대한 추억도 있겠지만 자신이 매일의 삶을 살았던 작은마을 즉, 우리동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큰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일테다.

먼저 이런 관계에 있는 도시민들부터 손을 내밀어보면 어떤가. ‘관계가 있었던! 관계가 있는! 관계를 맺고싶은!’ 관계주민을 마을단위(읍면 행정, 동문회, 주민자치회, 마을자치기구 등)에서 스스로 조직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읍면 마을단위에서 노력하고 활성화된다면 그 데이터가 시·군으로 모아지고 그에 맞는 정책적 지원이 수반되면 좋지 않을까. 나아가 ‘고향사랑기부제’로도 연결되고(현재 지정기탁형 고향사랑기부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농촌마을의 생활복지인프라 구축이나 마을단위 커뮤니티 케어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다. 과거 실패를 경험했던 1사1촌이나 단순 체험관광지로서의 농촌으로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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