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국내산 시세 하방압력 작용 
올해산 조생종 수확 앞두고 
재고 증가로 번져 ‘산지 신음’

TRQ(저율관세할당) 수입 확대 영향으로 지난해 양파 수입량이 14만톤 가까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된다. 전년(2022년) 대비 약 70% 급증한 것으로, 국내산 시세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한 한편 올해산 조생종 양파 수확을 앞두고는 재고 물량 증가 여파로 번지며 산지의 신음을 키우고 있다. 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수입산 양파 시세가 국내산보다 높게 거래되는 ‘가격역전’ 현상이 이례적으로 장기화되는 등 수입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3년 양파 수입량은 약 13만8000톤이다. 이 중 신선양파가 가장 많은 11만7000톤, 냉동양파 1만4300톤, 깐양파 5040톤, 건조양파 1507톤이다. 깐양파를 포함한 신선양파는 12만2115톤으로, 전년 7만2098톤(△신선양파 7만650톤 △깐양파 1448톤)보다 69%나 급증했으며 대부분(99.6%)이 중국산이다.

신선양파 수입량이 10만톤을 넘어선 것은 2000년대 들어 2015년, 2017년에 이어 3번째다. 지난해 신선양파 수입 비중은 생산량(117만톤)의 10%까지 크게 확대됐는데, 2022년과 2023년 이어진 TRQ 수입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TRQ 물량으로만 11만톤을 편성하는 등 정부 정책에 편승한 수입 공세가 거셌다.
 

수입 후폭풍은 국내산 시세 상승을 제한하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중국산 신선양파 도매가격이 국내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역전’ 흐름이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두 달간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가락시장의 농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양파(1㎏ 상품)의 월별 평균 도매가격은 2023년 11월 국내산이 1150원, 수입산이 957원으로 국내산이 높았다. 하지만 12월 들어 시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12월 국내산 1193원·수입산 1233원, 2024년 1월 1128원·1208원, 2월(1~15일) 1176원·1296원으로 두 달 넘게 장기화 양상이다.<그래프 참고>

가락시장 한국청과 김영권 채소4팀 팀장은 “국내산 양파는 지난해 생육기에 병치레가 많아 상품성이 떨어지고 크기가 잘은 편이다. 반면 수입산은 굵고 수율이 양호해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무렵, 정부가 TRQ 수입 확대를 보류하면서 수입산 물량이 줄자 수입산 시세가 국내산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2년에 걸쳐 수입산을 꾸준히 소비하다 보니 식당이나 중국집 등 고정 수요가 받쳐주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상황”이라고 했다.

TRQ 수입 여파로 양파 재고량도 급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산 전국 양파 재고량은 1월 말 기준 16만5643톤으로, 전년보다 15.2% 증가했다. 이는 3월 중하순부터 시작되는 조생종 햇양파 수확을 앞둔 산지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저장 물량이 소진되지 못할 경우 햇양파 시세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2024년산 양파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3~4% 소폭 증가할 것이라는 농경연 예측도 나와 작황(단수) 변수를 배제한 상황에서 공급 과잉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산지에서는 포전거래(밭떼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분위기다. 양파 주산지인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중순 조생종의 경우 70~80% 포전거래가 이뤄졌으나, 올해는 4~5% 수준에 그친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극조생 양파는 제주, 전남 고흥 금산, 여수 화양 등 3곳에서 출하되는데, 밭떼기 거래가 전무한 상태다. TRQ 수입을 급격하게 확대한 여파로 유통업자들이 2년 연속 적자를 입어 포전거래 여력이 달리는 등 수입 후폭풍이 조생종 수확을 앞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권 팀장은 “올해는 포전거래가 안 된 상태여서 농민이 직접 유통·판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상인들이 물동량을 많이 안고 있어 농가 타격이 덜했는데, 올해의 경우 정부가 TRQ 등 정책을 잘못 추진하면 농가에 바로 타격이 가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과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시점에서 TRQ 방침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16일 이남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서기관은 “재고 물량의 경우 전년 대비 15% 증가한 것은 맞는데,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생종 생육 상황이 지역별 차이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생산 추이에 따라 필요하다면 수매 조치 등을 취할 생각”이라며 “현재로선 공급이 많아지는 부분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며, TRQ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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