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관원, 공시기준 강화 추진

[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원료·제품, 제조·유통·수입 업체
자재 견본 3년 보관 의무화
수입 원료 속 금지물질 없다는
‘적합성 확인서’도 받을 예정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 규명해
‘제2 카탑 사태’ 막을 근거로 사용
심사 등 거쳐 올 6월 내 개정 목표 

올 상반기 내에 불량한 유기농업자재로 피해를 입은 농가가 제조사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유기농업자재 공시기준’ 개정작업을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개정작업은 지난해 발생한 ‘카탑 사태’(관련기사 본보 10월 24일자 1면)에 따른 후속조치다. 농관원 관계자는 “현 체계상으로는 유기농업자재로 인해 친환경농산물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더라도 농가로선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워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다”면서 “규제심사와 업계 의견수렴 등을 거쳐 6월내로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관원에 따르면 이번에 강화되는 조치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원료 및 공시제품 제조·유통·수입업체는 사용한 자재 견본을 3년간 보관토록 의무화하는 규정이다. 현재는 자재 견본에 대한 보관기간 규정이 따로 없는데, 이를 공시 유효기간인 3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유기농업자재에서 농약성분 검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재 견본을 통한 역추적으로 책임소지를 규명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수입 원료를 사용한 업체의 경우 어떠한 금지물질도 없음을 증명하는 ‘수입적합성 확인서’를 제출토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금지물질이 검출될 시 수입업체와 외국 제조업체가 연대 책임 지도록 규정하고, 제품에는 품질보증을 명시토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제품에 유기농업자재 고시번호만 적었던 것에다, 앞으로는 ‘일체의 잔류농약성분이 없다’는 구절도 기재하는 식이다. 

농관원은 유기농업자재를 공시하기 전 원료를 검사한다. 공시기관(강원대·순천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주요 잔류농약물질 463종의 성분에 대해 일괄적으로 검사를 진행하며 이를 통과한 제품을 유기농업자재로 공시한다. 문제는 463종의 성분 외에 검사법이 정립되지 않은 미지의 유기합성농약성분은 유기농업자재에 함유돼 있어도 적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제조·유통·수입업체로 하여금 463종의 성분 외에도 다른 물질이 없다는 것을 ‘수입적합성 확인서’를 통해 보장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농관원 관계자는 “‘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유기농업자재에는 일체의 합성농약성분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검사상의 한계 등으로 일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제도로서 보완하겠다는 취지”라면서 “농관원 차원에서도 불량 유기농업자재를 미리 잡아낼 수 있도록 463종의 성분 검사 외 40여종의 성분을 추가로 모니터링 하는 등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앞서 일어난 ‘카탑 사태’가 발단이 됐다. 지난해 일부 친환경농가들은 공시된 유기농업자재를 사용했음에도 친환경농산물에서 농약 성분인 ‘카탑(Cartap)’이 검출, 친환경인증을 박탈당할 뻔한 위기에 놓인 바 있다. 다행히 농관원에서 문제의 원인이 유기농업자재에 있다는 것을 밝혀냄에 따라 농가들은 인증 박탈을 면했지만, 해당 농산물을 친환경농산물로 판매하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 피해를 본 농가만 올해 1월 기준 총 16가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유기농업자재 공시제도에 대한 불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농관원에서 이번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친환경농업계는 이 같은 개선안에 사후약방문식 조치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친환경농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농관원이 유기농업자재 관리·감독을 잘 했다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면서도 “카탑 사태 이후 농업현장에서는 공시제도에 불신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개선안이 조속히 실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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